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마음노래 가만히 (2025.1.4.)

― 부천 〈용서점〉


  새해 첫달과 둘쨋달에 부천 〈용서점〉에서 “책집에 갑니다”라는 빛꽃마당(사진전시)을 폅니다. 올해 첫머리부터 〈용서점〉과 함께하는 노래짓기(시창작)를 어떻게 할는지 이야기하려고 마실길에 나섭니다. 한창 얼어붙은 하늘과 땅을 느끼면서 논두렁을 걷습니다. 옆마을에서 시골버스를 기다리며 겨울빛을 담습니다. “같은 시골”이더라도, 보금숲과 마을과 옆마을은 다릅니다. 시골버스를 타고서 나가는 읍내도 다르고, 읍내에서 갈아탈 서울버스가 가로지르는 이웃고을도 달라요.


  배우려고 여러 사람 말씨를 가만히 듣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넉넉히 들었구나 싶으면, 이제 여러 목소리를 슬며시 끊고서 목소리를 냅니다. 고맙게 들려주려는 여러 목소리가 나쁠 까닭이 없이 다 좋다고 여길 만하되, 내 이야기도 듣고서 같이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가만히 보탤 만합니다.


  보고 듣고 느끼는 마음에 스스로 생각이라는 씨앗을 얹기에 말이 깨어나고 이야기가 흐릅니다. 우리가 바라는 하루는 저마다 입으로 말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태어난다고 느낍니다. 깜깜하늘에서 뿌옇게 동트는 하늘을 지나서 환하게 밝는 파란바람을 헤아리는 사이에 서울에 닿습니다. 쏟아지는 사람물결 사이에서 큰 등짐으로 뚜벅뚜벅 걷습니다. 글붓집부터 들르고서 다시 걷습니다.


  이 땅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려 하기에 네 말을 듣고 내 말을 합니다. 이웃이 아니라면 암말을 할 까닭이 없고, 쳐다볼 일마저 없습니다. 이웃 아닌 놈이라면 삿대질을 하며 싸울 테지요. 동무라면 도란도란 말을 섞고 웃으며 놀거나 일하고요.


  곰곰이 보면, 양철북에서 낸 《이오덕 일기》는 군데군데 가려뽑으면서 ‘이오덕은 이렇게 늘 투덜투덜하기만 해’ 하고 몰아붙이는 얼거리로 잡은 듯싶습니다. ‘하루를 살펴서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에 눈길을 두었다면 《이오덕 일기》는 아주 다르게 나왔을 테고, 겉종이를 두껍게 안 했겠지요. 겉종이 두께만큼 ‘이오덕 하루글’을 더 실으면서 ‘누구나 하루를 스스로 쓰기에 몸소 배워 익힌다’는 살림새를 들려주는 길로 갔으리라 봅니다.


  배우려 하지 않기에 불이 치솟고 이글이글 타면서 싸웁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싸울 까닭이 없습니다. 배우려 하지 않기에 마감에 쫓겨 몸이 바짝바짝 마릅니다. 배우려 하기에 이야기를 일구면서 눈을 반짝입니다.


  늦을 일이 없고, 늦는 때가 없습니다. 다 다른 자리에 맞추어 늘 새롭게 움직이는 하루입니다. 그저 더 생각하고 살펴야 하기에 더 걸릴 뿐입니다. 너랑 내가 나란히 더 들여다보고 헤아리면서 돌봐야 하니까 더 품을 들여요. 오늘 〈용서점〉에서 ‘토요일’하고 ‘몰랐다’를 글감으로 노래짓기를 엽니다.


ㅍㄹㄴ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노엄 촘스키/강주헌 옮김, 황금나침반, 2007.2.15.)

- 틀린 날짜

- FailedStates #TheAbuseofPowerandtheAssaultonDemocracy #AvramNoamChomsky

《제비심장》(김숨, 문학과지성사, 2021.9.23.)

《남자는 소모품이다》(무라카미 류/박혜수 옮김, 친구미디어, 1998.3.20.첫/1999.1.15.2벌)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이해인, 열림원, 1999.11.22.첫/2002.3.22.17벌)

《가을을 찾습니다》(김현승, 열음사, 1987.2.25.)

- 조정정가 1200원 

《달 따러 가자》(운석중 글·민정영 그림, 비룡소, 2006.12.29.)

《나의 투쟁》(아돌프 히틀러/김수인 옮김, 청년사, 1988.4.14.)

《글이 된 말씀》(이애란, 성서유니온, 2023.4.20.)

《토끼의 의자》(고우야마 요시코 글·가키모토 고우조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0.11.30.)

#香山美子 #枾本幸造 #どうぞのいす

《1인 출판 탐구생활》(I'm 열매, 열매하나, 2019.10.24.)

《문화도시, 시작의 유산 : 부천 문화도시 조성사업 2020-2024》(한병환, 부천문화재단, 2024.12.10.)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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