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이제 지상과 하늘을 창비시선 123
김준태 지음 / 창비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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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2.19.

노래책시렁 318


《꽃이, 이제 地上과 하늘을》

 김준태

 창작과비평사

 1994.10.20.



  대구는 대구에 갇혔다면, 서울은 서울에 갇혔고, 광주는 광주에 갇힌 나라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어깨동무란, 나하고 다른 너를 마음으로 맞아들여서 한몸짓으로 천천히 거닐려는 노래놀이입니다. 빨리 걸어갈 까닭이 없는 어깨동무입니다. 노래하고 놀려는 어깨동무입니다. 우리나라에 ‘들불터(민주화 성지)’ 아닌 고을은 없습니다. 모든 고을에서 들불이 타올랐기에 이 나라가 바뀔 수 있습니다. 모든 고을은 저마다 다르게 들불이 피었고, 들풀이 피어나는 삶터입니다. 이 얼거리를 읽어야 비로소 ‘들사람이 짓는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서 풀어냅니다. 《꽃이, 이제 地上과 하늘을》을 읽는 내내, ‘앞(아이들)’을 바라보지 않고서 ‘뒤(지난날 들불)’에 스스로 가두고서 뒷수다만 끝없이 펴는 글바치 모습을 느낍니다. 아이들한테 발걸음(역사)도 가르쳐야지요. 그러나 아이들한테 발걸음만 가르쳐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들숲바다와 해바람비와 풀꽃나무가 어떤 숨빛인지 먼저 가르치면서,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살림을 어른스레 몸소 보여줄 노릇입니다. 그런데 대구도 서울도 광주도 자꾸 쳇바퀴처럼 뒷수다(과거사)만 보여주려는 매무새입니다. 고을마다 어떻게 들불이 다 다르게 타올랐는지 그러모을 때에 비로소 ‘빛고을’이요, 이 들불이 지난 자리에 어떻게 들풀이 자라도록 삶터를 일굴 노릇인지 이야기할 때에 ‘빛글’입니다. 들풀은 ‘地上’이 아닌 ‘들·땅·마을’에서 자랍니다.


ㅍㄹㄴ


가냘픈 남자들의 두 손에 사랑과 힘을 넣어주고 / 남자들이 오랑캐와 폭풍우와 싸우는 시절이면 / 속고쟁이가 다 젖도록 지게질 쟁기질하던 여자들 / 밤 벌판에 들불이 달리고 곶감이 떨어져도 / 접시꽃이 시들고 동서남북 앞뒷산에 도깨비가 설쳐도 / 가을이 오고 창구멍이 뚫리고 눈보라고 밀려와도 / 오, 그러나 두꺼비 같은 아이를 낳고 또 낳고 / 온 산천이 가득하도록 콩덕쿵쿵 아이를 낳는 / 밥짓는 마을마다 절시구 좋아라 우리나라 여자들 / 봉화산 지나 콩밭에 가면 잘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여자들/76쪽)


때로는 나의 영어수업 시간을 몰래몰래 들여다보고 / 때로는 내가 읽고 있는 문학서적도 흠칫흠칫 바라보며 / (김선생, 혹시 뭐 이상한 책 안 읽고 있는지 몰라 / 뭐 도대체 어떤 시들을 발표하는지 몰라) / 날마다 나의 움직임을 스케치해서 보고하던 교장선생님 (김갑동 교장선생님/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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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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