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요람 5 - 어느 산부인과 실습생의 일기
오키타 밧카 지음, 서현아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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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1.28.

만화책시렁 713


《투명한 요람 5》

 오키타 밧카

 서현아 옮김

 문학동네

 2024.2.20.



  어린이한테는 아무 말이나 안 써야 어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숱한 사람들은 아직 어른이기를 바라지 않는 듯싶습니다. 어른끼리 어느새 익숙한 말씨를 그냥 어린이한테 쓰더군요. 어린이한테는 ‘계엄·탄핵’도 어렵지만 ‘민주·평화’도 대단히 어렵습니다. 이 대목을 읽고서 말부터 말답게 가꾸려는 마음을 키우는 사람은 몇일까요? ‘민주’를 ‘민주’로 지키려면, 먼저 이 일본스런 말씨를 털어낼 노릇입니다. ‘사람’을 말할 일이고, 사람 사이에 사람뿐 아니라 뭇숨결이 어울리는 길, 바로 ‘어깨동무’를 말할 줄 아는 자리부터 어른이 어른다우면서 어린이가 어질게 크는 길에 이바지합니다. 《투명한 요람》을 어느새 다섯걸음째 읽습니다. 대단히 잘 빚은 그림꽃이라고 느끼면서도 막상 그냥그냥 후다닥 읽고서 느낌글을 한참 잊었습니다. 아기란 어떤 숨결이고, 아기를 누가 낳으며, 아기를 낳기까지 얼마나 둘레에서 사랑으로 지켜보고, 아기가 태어난 뒤로도 마을이 얼마나 사랑이라는 품으로 함께 북돋우는가 하고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다만, 얼핏 본다면 ‘돌봄터(병원)’ 하루입니다만, 돌봄터에서 흐르는 수수한 하루를 오롯이 사랑으로 따스히 바라보려는 마음이기에, 이 마음씨에서 봄이 싹트고 숨결이 빛납니다.


ㅅㄴㄹ


“왜 낳지도 못하는 사람한테 꾸역꾸역 왔을까? 어차피 죽기밖에 더해?”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작작 좀 해!” “아기가 아니라 신이 바보인 건가? 애초에 신이 낳을 수 있는 사람한테 보내줬다면 아기도 늘어날 텐데. 참 이상해. 왜 나 같은 사람한테 오는지.” … ‘어쩌면 정말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낳고 싶었던 게 아닐까? 사실은 후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절한 것을.’ (22, 23쪽)


“남자 본인은 수술을 받는 아픔도, 그와 함께 자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듯한 슬픔도 느낄 수 없으니까,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중절의 무게를 모른다. 남자는 중절한 상대의 슬픔을 받아주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조차 하기 싫어하는 그런 남자는 중절 후에도 예전처럼 교제하고 싶어하지만, 여자는 남자 곁을 떠난다. 중절의 무게를 모르는 남자는 여자에게 ‘미래가 없는 남자’니까.’ (43쪽)


미나고 씨는 한참이나 그 자리에서 울었다. 그것은 아마 신이치가 죽은 후 처음 흘린 눈물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133쪽)


“왜 다들 나 같은 걸, 나 같은 사람한테 칭찬하고 그래? 지금까지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어. 고작 아이 하나 낳았을 뿐인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기타미 씨는 아이를 낳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시면서.” (171쪽)


#透明なゆりかご #沖田×華


+


《투명한 요람 5》(오키타 밧카/서현아 옮김, 문학동네, 2024)


대부분이 중절의 길을 택한다

→ 거의 끊는 길을 고른다

→ 거의 그만둔다

→ 거의 아기를 뗀다

8쪽


오늘은 2구예요

→ 오늘은 둘이요

33쪽


무슨 심경의 변화일까

→ 무슨 마음일까

→ 마음을 왜 바꿨을까

45쪽


임신중에는 피가 응고되기 쉬운 경향이 있어서 혈전이 생길 수도 있어요

→ 아기를 배면 피가 굳기 쉬워서 핏덩이가 생길 수도 있어요

→ 아기가 서면 피가 굳기 쉬워서 핏더미가 생길 수도 있어요

80쪽


물론 일이니까 공사는 구분하죠

→ 뭐 일이니까 나너는 갈라야죠

→ 다만 일이니 너나는 나눠야죠

156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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