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9.


《황금 심장을 가진 공주》

 에디스 네스빗 글/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2014.2.25.



멍하니 쉬면서 등허리를 편다. 사흘을 서울·인천에 머물다가 시외버스를 한참 달리면서 “서울은 참 시끄럽다”고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그토록 시끄러운 데에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다들 시끄러운 줄 잊은 채 길드는구나 싶더라. 그러나 호젓하면서 고즈넉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은 한 줌조차 안 된다. 겨울 들머리에 바람소리하고 새소리를 뺀, 그야말로 차분하게 흐르는 하루를 누리려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이러한 삶길이 그대로 나라지기나 벼슬자리나 일자리에도 드러날밖에 없다. 일을 하려고 셈틀을 켜면 누리그물(포털사이트)에는 ‘서울·서울곁’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일로 넘실댄다. 차분히 참하게 시골살림을 짓거나 아이곁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조그마한 이야기는 아예 안 다룬다고 할 만하다. 《황금 심장을 가진 공주》를 읽었다. 첫머리는 잘 그리는구나 싶다가도, 줄거리가 무르익을 즈음 어쩐지 샛길로 빠지더니 끝없이 헤매다가 어영부영 맺는다고 느낀다. 어린이책이건 어른책이건 매한가지이다. ‘뜻있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으면 된다. 서로 헤아리고 함께 살아가는 오늘 이곳을 수수하게 그리면 넉넉하다. 으뜸이(영웅)가 있어야 실타래를 풀지 않는다. 누구나 삶이라는 수수께끼를 푼다.


#Edith Nesbit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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