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5.1.7.
오늘말. 꽁냥
서로 안 믿으면 함께하기 어렵다고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믿는 곳이 영 시답잖다고 느낍니다. 어느 일이건 믿음으로는 안 할 노릇이라고 여겨요. 좋아하거나 꽁냥대는 일도 삼갈 노릇이라고 봅니다. 알뜰살뜰 동무로 만나서 참하게 일하면 넉넉합니다. 대단하거나 훌륭한 일이 아닌, 서로 오순도순 나누면서 가볍게 팔짱을 끼고 가붓이 기대기도 하면서 걸어가면 돼요. 씨앗 한 톨은 흙에 깃들 뿐입니다. 흙을 믿고서 싹트지 않습니다. 사람도 누구 이름에 기대어 일할 까닭이 없습니다. 믿음직하지 않다고 일이 틀어지지 않아요. 미덥지 않기에 멀리하지 않아요. 사랑이 없는 곳에는 안 갈 뿐입니다. 사랑이라는 손길로 다스리지 않는다면, 그저 이름씨를 내세운 허울이라고 느낍니다. 여러 갈래로 있는 길입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언제나 사랑꽃 한 송이를 바라보면서 바로바로 움직이려고 합니다. 천천히 어른스럽게 거듭난다고 여기면서 차근차근 착하게 일손을 여미려고 합니다. 아이랑 함께합니다. 이웃하고 나란히 합니다. 동무와 노래하면서 일을 맡습니다. 누가 이름을 팔려고 한다면 내키지 않아요. 이름줄이 아닌 이야기꽃으로 짓는 살림입니다.
ㅅㄴㄹ
믿음·믿다·미덥다·미쁘다·믿음직하다·곧이듣다·서로믿기·어깨동무·팔짱·기대다·듬직하다·든직하다·좋다·-도·-랑·-과·-와·-하고·맡기다·맡다·내맡기다·도맡다·꽁냥·사이좋다·살뜰하다·알뜰하다·알차다·동무·너나들이·벗·어른·어른스럽다·참되다·참답다·참하다 ← 신뢰, 신뢰관계
가르다·가름·가름길·가지·갈래·감·벼리·살림·팔다·팔거리·팔것·팔이·씨·씨알·씨앗·알씨·이름·이름길·이름결·이름씨·이름줄·이름붙이 ← 품종
바로·바로바로·바로길·바로꽃·바로빛·바로찍기 ← 폴라로이드 카메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