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1.4. 녹는 손



  오늘은 02:30에 일어나서 하루를 연다. 새도 자고 나무도 꿈길을 누리는 무렵에 하루를 열면서 별바라기부터 한다. 문득 지나가는 별똥을 볼 수 있다면, 늘 스스로 꿈씨를 심는다는 뜻이지 싶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면 손이 얼지만, 주머니에 넣어 녹이고 겨드랑이에 끼며 녹인다.


  아침 07:40에 옆마을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려고 논두렁을 걷는다. 이른아침인데 큰짐차가 곳곳에서 무시무시하게 빵빵대며 내달린다. 시골에서는 짐차가 ‘폭주족’이다. 옆마을 느티나무 곁에 서서 뿌옇게 트는 하늘을 본다. 빈논은 옅노랗게 물든다. 시든 볏포기에 억새는 곧 흙으로 돌아가려는구나 싶다.


  파란하늘을 넓게 헤아리는 시골을 벗어나면 잿빗하늘이 푹 덮으면서 높집이 다 가리는 서울에 닿겠지. 높집이 가려도 하늘은 하늘이다. 가지치기로 앓아도 나무는 나무이다. 둥지틀 데를 빼앗겨도 새는 새이다. 다만, 사람은 사랑을 잊으면 사람이 아닌 살덩이일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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