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1008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연다》
재정경제부·한국개발연구원 엮음
대한민국 정부
1998.9.1.첫/1998.9.5.2벌
2024년 12월 30일에 광주 금남로를 걷는데 “제주항공 참사 분향소”가 커다랗게 보입니다. 한참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왜 ‘제주항공 참사’라는 이름을 붙일까요? 펑 터지면서 그만 애꿎게 179사람이 죽은 날개가 ‘제주항공’ 것이기는 하되, 날개를 몰던 분은 끝까지 모두 살리려고 온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무안공항’에서 2024년 12월 4일에 갑자기 ‘정기 국제선’을 잔뜩 늘려서 쉴새없이 온갖 날개가 “열일곱 해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오르내린 지 고작 세이레 만에 큰일이 터졌습니다. 길(활주로)을 비롯해 담(외벽)을 허술하게 둔 채 날개만 한꺼번에 띄운 일은 누가 꾀하고 밀어붙였을까요? 바로 이들, ‘까만 양복차림 아저씨’들이 이 궂긴일을 일으켰다고 할 만합니다.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연다》는 나라에서 찍은 비매품일 텐데, 나흘 만에 2벌을 찍습니다. “‘국민의 정부’ 경제 청사진”을 밝힌다 하고, 속에 “贈 第二軍司令官 大將 曺永吉”처럼 널리 뿌린 자국이 남습니다. 떼죽음은 “무안공항 참사”라는 이름이어야 맞습니다. 무안공항을 허술하게 짓고 팽개친 모든 이가 달게 값을 치를 노릇입니다. 1998년 12월에 멀쩡하고 깨끗한 바닷가를 싹 밀어서 하늘나루를 닦은 일부터, 2024년 12월에 ‘정기 국제선 개통잔치’를 벌인 일까지, 낱낱이 잘잘못을 가려야 합니다. 목소리로만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연다”고 읊지 말고, 다들 나란히 사슬(감옥)로 가시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