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94


《映像と言語》

 近藤耕人 글

 紀伊國屋書店

 1965.9.30.



  고단한 살림에도 책을 한 자락 장만해서 품는 사람이 있습니다. 배를 곯지만 쌀 한 줌보다는 책 한 자락으로 손을 뻗는 사람이 있습니다. 후줄그레한 차림새에 옷 한 벌 장만하지 못 하는 판에 책은 용케 한 자락을 장만해서 낡고 닳도록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1974년에 《映像と言語》를 장만한 분은 일본글을 새길 줄 알았을 텐데, 일본사슬로 차갑던 무렵에 일본글을 익혔을 수 있고, 한창 힘껏 일하던 무렵일 만합니다. 책을 읽고서 빈자리에 여러 줄로 또박또박 그날 마음을 남겨 놓았기에, 이 마음은 어느새 쉰 해를 훌쩍 가로지릅니다. 누가 남긴 글인지 알 턱은 없지만, 일본사슬 못잖게 꽁꽁 얼어붙은 1974년 설날(元日)로 훌쩍 날아갑니다. 얼음은 녹을 수 있다고 내다볼 틈이 있었을까요. 겨울은 곧 끝나고 봄이 찾아온다고 바라볼 짬이 있었을까요. 2025년 첫머리도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볕바른 곳에는 벌써 앉은뱅이 노란꽃이 핍니다.


ㅅㄴㄹ


- 1974年 元日. 우울에 빠져 나는 나를 구제할 틈이 없다. 왜 이렇게 사랑하는 거리 한가운데서, 나는 고독의 심연 속으로 또 빨려드는지 참 나를 혐오할 뿐이다. 내가 이렇게 싫어진 때가 없다. 생각은 생각의 알을 까고 또 크고 날개짓을 한다. 좁은 내 마음의 하늘 가득히. 아름다운 꽃은 많은 벌·나비가 찾고 또 뭇 벌·나비의 애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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