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5.


《고개 너머 할미꽃》

 이상교 글, 김수경 그림, 봄봄, 2008.5.10.



이따금 매울음을 듣는다. 하늘을 날며 바람을 타는 매한테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슥 움직일 테지. 하늘에는 어느 누구나 금(국경선)을 안 긋는다. 하늘에서 보면 똑같은 뭍과 바다이다. 하늘에서 보면 누구나 똑같이 사람일 텐데, 땅바닥에서는 끝없이 부딪히고 다투곤 한다. 우리는 ‘사람’이지만, 이 이름을 잊고서 ‘인간·휴먼’처럼 바깥말을 붙잡으려 하면서 ‘사람·살다·살리다·사랑·사이’라는 모든 밑동을 스스로 잊어버리는 듯하다. 《고개 너머 할미꽃》을 오랜만에 되읽으면서 새삼스레 아쉽더라. 2008년에 나온 책이니 예전에 읽을 때나 올해에 새로 읽을 때나 마찬가지일 테지만, 시골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분이 너무 많고, 멧길과 멧숲이 어떠한지 까맣게 모르는 분도 참 많다. 일본이나 중국이나 인도나 베트남 ‘여느 시골내기 살림집’을 그림과 글로 담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리번두리번 구경하거나 찰칵찰칵 조금 찍어서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아이하고 어버이 사이도 매한가지요, 메와 들과 숲과 바다 이야기도 똑같다. 좋은 뜻을 가르치려고만 하면 글도 그림도 어긋나거나 놓치는 대목이 수두룩하다. ‘가르치기’보다는 ‘살림을 일군 하루를 이야기로 들려준다는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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