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17.
《야간 경비원의 일기》
정지돈 글, 현대문학, 2019.11.25.
구름이 물결치면서 가득 덮는 하루이다. 나무날인 오늘 저잣마실을 다녀오기로 한다. 나래터는 안 들른다. 다발무를 한 꾸러미 장만해서 돌아온다. 늦은저녁에 깍두기를 담근다면서 네 사람이 북적이고, 풀벌레가 가늘게 노래한다. 나는 등허리를 펴면서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푸근하게 듣는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를 이웃님이 보내주어서 읽었다. 이 책 하나만 ‘품절’로 뜬다. 다른 책은 아주 잘 파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알아서 잊어버리고, 알아서 다시 사읽고, 알아서 띄우는 얼거리라고 여길 만하다. 다만, 나는 이 책을 다른 눈금으로 읽어 본다. ‘오늘날 팔리는 글’은 어떤 결·씨·새(말결·말씨·매무새)인지 곰곰이 짚으면서 읽는데,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를 가로세로 얼기설기 여민 틀이로구나 싶다. ‘이야기는 없’더라도, ‘줄거리라는 뼈대’만 세워 놓고서 이 낱말 저 낱말을 끌어들여서 짜기(직조)를 보여준다고 느낀다. 이러다 보니 이런 오늘글(현대문학)은 여러모로 말밥에 오를 만하다. ‘쓰기(삶쓰기)’나 ‘짓기(살림짓기)’나 ‘하기(사랑하기)’하고 멀리 떨어진 채 ‘짜기(문학적 성취)’만 노리다 보니, 한끗으로 아슬아슬하게 ‘짜깁기’나 ‘짜내기’ 사이를 ‘짧게’ 너울너울 오가는구나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