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3.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글, 메디치, 2014.2.25.



이제 고흥에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오늘은 집손질 일꾼이 안 오는데, 오든 안 오든 말이 없다. 멀쩡한 손전화로 쪽글 하나 못 남기는 매무새란 뭘까. 빗소리 사이로 풀벌레노래가 가늘다. 밤에도 풀벌레노래는 매우 가늘다. 훅 가라앉은 서늘한 바람에 풀벌레도 거의 숨죽이거나 흙으로 돌아간 듯하다. 숫사마귀는 암사마귀한테 몸을 바쳤겠지. 무거운 몸을 비틀비틀하며 알자리를 찾는 모습을 한참 지켜본다. 고즈넉한 철이 코앞이다. 《대통령의 글쓰기》를 이제 읽어 본다. 어마어마하게 팔린 책이라는데, 노무현·김대중 두 사람이 글 한 줄에 얼마나 마음을 기울이려고 했는지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대통령한테서 배운 글쓰기”라고 할 만하다. 책이름부터 ‘-의’를 붙이지만 “대통령 글쓰기”라 하면 될 뿐이다. 어린이는 “어린이 글쓰기”를 하고, 할머니는 “할머니 글쓰기”를 한다. 그냥저냥 ‘-의’를 붙이면 뜻부터 두루뭉술하다. 글쓴이가 두 나라지기한테서 배웠다고 하듯, 또렷하게 쓰려면 모든 ‘-의’를 털면 된다. 익숙한데 어떻게 바꾸느냐고 투정하지 말자. 얼뜬 나라지기·벼슬아치를 끌어내려야 하듯, 갈피를 못 잡는 글결도 바로 우리부터 스스로 가다듬고 고칠 때에 비로소 말·마음·삶·살림이 나란히 빛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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