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6.
오늘말. 활잡이
누구나 자리가 있습니다. 지체가 있든, 높낮이로 저 밑에 있든, 다 다르게 살아가는 몫입니다. 높고낮다거나 크고작다고 가리면서 몇몇만 차지하는 곳이라면 누구도 날개를 못 펴요. 벼슬을 거머쥐고서 어깨띠를 휘날리는 이가 많을수록 캄캄한 나라입니다. 감투를 움켜쥐려고 활잡이처럼 여기저기 쏘아대는 이가 늘수록 어두운 고장입니다. 이름이란 이름씨입니다. 다 다르게 태어난 씨앗이면서 숨결입니다. 저마다 이름꽃이고 이름빛입니다. 한자리를 쥐어야 이름나지 않습니다. 팔띠를 드날려야 이름있지 않아요. 모든 나무가 스스로 새롭게 싹터서 일어나고 자라듯,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숨결로서 길꽃으로 피어납니다. 어느 일을 하면서 눈금을 잴 때가 있어요. 위아래를 알맞게 다루면서 놓아야 할 테지요. 이때마다 가만히 생각을 기울여 봐요. 혼자 나래펴는 길인지, 함께 나비로 어울리는 살림인지 짚어 봐요. 굳이 누구를 첫손으로 안 꼽아도 됩니다. 글바치만 글을 쓰거나 붓바치만 그림을 그려야 하지 않아요. 우리는 봄을 나란히 마주하고 겨울을 겹겹이 아우르는 한곳에서 같이 살아갑니다. 언제나 꽃낯으로 노래하고 얘기하면서 길눈을 틔웁니다.
ㅅㄴㄹ
자리·자위·지체·차지·칸·높낮이·높이·높고낮다·앞뒤·크고작다·눈금·위아래·벼슬·벼슬자리·감투·어깨끈·어깨띠·팔띠·날개·나래·길·길눈·길꽃·-로서·몫·모가치·또아리·손꼽다·첫손·이름·이름길·이름결·이름값·이름띠·이름꽃·이름빛·이름나다·이름있다·이름씨·이름줄·한곳·한자리·꽃이름·꽃낯·아름이름·날개이름·나래이름 ← 지위(地位), 지위고하
활잡이·활꾼·활바치·잘쏘다·쏘다·아름활 ← 명궁, 명사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