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4.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
박선미 글·김종도 그림, 보리, 2016.11.28.
이틀째 볕날을 이으면서 날씨가 차분하다. 밤과 새벽에는 썰렁하면서 별빛줄기가 그득그득하다. 밤새가 베푸는 노래는 가라앉고, 풀벌레가 하루 내내 노래한다. 팔랑이는 나비를 만난다. 매미 한 마리가 감나무에 앉아서 노래한다. 물까치가 무화과를 먹으러 찾아온다. 하루를 보내며 어떤 모습을 보고서 어떤 말을 남길는지 돌아본다. 《빌뱅이언덕 권정생 할아버지》를 읽으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권정생 할배가 걱정하던 대로 나온 책이라고 할 만하다. 권정생 할배는 이녁을 ‘시골 할배 한 사람’으로 바라보기를 바랐다. 대단하지 않되, 안 대단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눈길로 그저 ‘시골에서 살림하다가 흙으로 돌아간 사람’으로 마주하기를 바랐다. 글바치는 어느 한 사람 이야기를 글로 옮길 적에 그이가 일군 글을 얼마나 읽거나 살필까? 한두 벌쯤 읽을까? 열 벌이나 스무 벌쯤 읽을까? 쉰 벌이나 온 벌쯤 읽는가? 겉으로 드러난 목소리를 넘어서, 속으로 헤아린 꿈과 씨앗과 사랑을 온몸으로 폭 안으려고 할 적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이고, 이 말씨를 옮기기에 글(글씨)이다. 권정생을 말하려면 왜 이오덕을 나란히 말해야 하는지 얼마나 알까? 이오덕을 말할 적에도 왜 권정생을 말해야 하는지 아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