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이야기를
뒤늦게 끄적인다.
뭐 하느라 바쁘다고
여섯 해나 미적거렸을까.
..
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시골별 (2019.10.9.)
― 원주 〈터득골북샵〉
누구나 몸소 겪은 대로 보고 말합니다. 저마다 스스로 해본 대로 살피고 움직입니다. 안 겪었으면 모릅니다. 모르니 함께하지 못 합니다. 안 해보면 알 길이 없어요. 알 길이 없으니 이웃하지 않고 동무하지 않아요.
원주 한켠 멧자락에 깃든 〈터득골북샵〉입니다. 아침낮저녁으로 멧바람을 쐴 수 있는 이곳은 그윽한 숲터이자 책터입니다. 다만, 부릉부릉 몰지 않고서는 찾아들기는 까다롭습니다.
저는 어느 고장 어느 책집으로 마실을 하든, 두 다리로 다가가려고 합니다. 저부터 두 다리로 천천히 에돌며 마실을 할 적에 “책집을 품은 마을”하고 “마을이 품은 책집”을 알아봅니다. 이러면서 “책집이 품은 숲”에다가 “숲이 품은 책집”을 눈여겨보고요.
책집만 덩그러니 있는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는 사람바다로 북적이지만 어쩐지 썰렁합니다. 틀림없이 발디딜 틈이 없이 넘치는 사람물결인데, 서울 광화문 큰책집에는 빛이 없어요. 아무래도 “책만 있”을 뿐, “마을도 마음도 없”는 탓입니다. 숱한 책이 “제발 나 좀 봐! 날 쳐다봐!” 하고 악악거리는 끔찍하고 사나운 외마디소리가 끝없이 도사리는 서울 광화문 큰책집이에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하지 않아요. 책을 더 많이 팔아야 하지 않아요. 똑같은 책이 하루에 100이나 1000씩 팔린다면, 오히려 이 나라는 썩었다는 뜻 아닐까요? 다 다른 책이 날마다 100이나 1000씩 팔릴 적에, 그야말로 이 나라는 살아숨쉰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책집 한 곳에서 파는 책은 날마다 다 다른 책이어야 아름답습니다. 글님이나 그림님을 모셔서 이야기하는 자리라면, 책집 한 곳에서 하루에도 똑같은 책을 여럿 팔 수 있되, 이날을 뺀 모든 날은 모두 다른 책을 고루 팔아야 즐거워요.
원주 멧자락에서 별을 바라보며 고흥을 떠올립니다. 어느 멧숲을 가든 다들 “우리 시골이 별이 가장 잘 보여요!” 하고 말씀하는데, 제 나름대로 새하늬마높을 다 디뎌 보면서 아직 ‘강원 양구’하고 ‘전남 고흥’ 두 곳처럼 별이 쏟아지는 곳은 못 봤습니다. 밤마다 온(100) 가지 별자리쯤 그려야 비로소 “별이 보인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가 하루에 온 가지 책을 차근차근 읽을 줄 안다면, 종이책뿐 아니라 벌나비와 해바람비와 구름과 흙과 풀꽃나무와 풀벌레와 개구리 같은 ‘뭇숨결책’에다가 서로 ‘마음책’을 읽을 줄 안다면, 우리 삶터는 새로 깨어날 만해요.
오늘은 한글날이라는데, 이제는 ‘한말날’에 ‘한넋날’을 보고 싶습니다.
ㅅㄴㄹ
《싸워도 우리는 친구》(이자벨 카리에/김주영 옮김, 다림, 2016.3.18.)
《엄마의 공책》(서경옥 글·이수지 그림, 시골생활, 2009.5.10.)
《오냐나무》(이효담 글·강혜숙 그림, 벌레구멍, 2016.1.5.)
《푸른 눈의 독립운동가 스코필드 박사의 3.1운동 일기》(김영숙 글·장경혜 그림, 풀빛, 2019.2.27.)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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