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1.24.
숨은책 1002
《망치 1》
허영만 글·그림
예원
1990.4.30.
일본에서 1974년에 《殘された人びと》라는 이름으로 《The Incredible Tide》를 옮겼고, 이 책을 바탕으로 〈미래소년 코난(未來少年コナン)〉이 1978년에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2년에 처음 나온 뒤 곧잘 다시 틀어주었습니다. 러시아책은 2022년에 이르러 《네가 세계의 마지막 소년이라면》이라는 한글판이 나옵니다. 여덟 살에 처음 본 〈미래소년 코난〉은 그무렵 어린이를 훅 사로잡습니다. 예전에는 누가 그렸는지 숨겼기에 일본만화인 줄 몰랐으나, 《동짜몽》이나 《권법소년》이나 《드래곤볼》 몰래책(해적판)이 글붓집(문방구)에 조그맣게 하나둘 쏟아지면서 “아! 우리나라에서 그린 줄 잘못 여기도록 숨겼구나!” 하고 알아차렸습니다. 《망치》가 한창 나올 즈음에는 배움불굿(입시지옥)으로 시달리던 열여섯 살이었지만, 언니하고 하나하나 챙겨 읽었습니다. 언니나 나나 “뭐야? 코난하고 드래곤볼하고 닮았잖아? 이게 뭐야?” 하고 짜증을 냈습니다. 왜 스스로 줄거리를 안 짜는지, 왜 이웃나라 그림꽃을 흉내내거나 따오는지, 이런 눈속임 붓질로 돈과 이름을 얻으면서 어린이 마음에 무엇을 심겠다는 뜻인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아이큐 점프》로 보던 《망치》인데, 쌈짓돈을 모아 낱책도 사두었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이런 흉내내기 장사꾼 그림이 있었는 줄 모를 테지. 〈전우〉(1949년 영화)하고 코난하고 드래곤볼을 짜깁기한 민낯을 두고두고 남겨야겠어.” 하고 생각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