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0.
《가업을 잇는 청년들》
백창화·장혜원·정은영 글, 남해의봄날, 2013.11.30.
비가 온다. 비가 좍좍 온다. 바람이 휭휭 분다. 비가 멎고 풀벌레노래가 그윽하다. 다시 비가 온다. 솨솨 꽂는다. 이러다가 비가 멎고 구름이 빛난다. 17시 시골버스로 읍내로 가서 나래터를 들르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한가위가 지나간 가게는 썰렁하다. 이 빗줄기는 하늘도 땅도 씻을 테지. 부디 풀죽임물은 그만 뿌리기를 빌 뿐이다. 《가업을 잇는 청년들》을 되읽었다. 2014년에 부산 〈고서점〉 지기님이 알려주어서 그때 얼핏 읽은 뒤 얼른 내려놓고서 잊었다. 열 해 만에 되읽는데, “책을 내려고 얼른 써낸 글”이라는 티가 짙다. 글을 써서 책을 내어도 안 나쁘지만, 처음부터 얼른 끝내려고 후다닥 쓰고 찍는다면, 이런 책은 얼마나 이어가며 읽을 만한지 모르겠다. 일본사람이라 ‘가업·청년’이지만, 우리는 ‘집일·젊은이’이다. “집안을 잇는 젊은이”를 만났다고 밝히는 꾸러미인데, 뭔가 책으로 선보일 만한 ‘일’을 찾으려고 하면서 확 어긋났다고 느낀다. 어버이를 이어서 일하는 사람한테는 어딘가 다르거나 튀거나 훌륭한 마음씨가 있어야 하는 듯 몰아가는 줄거리가 버겁다. 그저 곁에서 젊은이를 지켜본 바를 수수하게 담으면 될 텐데. 늙은 어버이도 예전에 젊은 일꾼이었다. 즐겁게 일하는 아름이웃을 만나면 될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