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14. 늦가을은 첫겨울로
어린이하고 푸름이는 걷지만, 젊은 이웃은 좀처럼 안 걷는다. 시골도 서울도 두다리로 골목과 마을과 논두렁과 들숲과 바다와 하늘을 품는 사람이 아예 안 보이다시피 사라진다.
걷지 않는 사람은 책을 쥐거나 붓을 잡을 짬을 스스로 낼까? 안 걷는 몸으로는 집안일과 집살림도 스스로 안 하는 나날이지 않을까?
걷는 어른이어야 늘 아이를 마주한다. 걷는 매무새여야 어른이 된 뒤에도 착하게 살피면서 스스로 노래한다. 그런데 걷는다고 하더라도 혼자 마구 앞서가려고 옆사람을 밀치거나 새치기를 하는 분이 꽤 많다. 발걸음이 느리지만 이웃이 나아갈 자리를 가로챼거나 빼앗더라.
늦가을은 첫겨울로 넘어간다. 이제 밤에는 풀벌레도 개구리도 없다. 바람소리가 감돌고 별이 속삭이는 노래가 넘실거린다. 다들 나란히 별수다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고흥읍에 나왔다가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를 탄다. 좀 시끄럽다. 눈을 감고서 먼구름과 먼별을 그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