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붕붕어 인생그림책 35
권윤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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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11.18.

그림책시렁 1502


《행복한 붕붕어》

 권윤덕

 길벗어린이

 2024.6.5.



  저는 1994년까지는 인천사람으로 살고, 1995년부터 2004년까지는 서울사람으로 살다가, 2006년까지 충주사람으로 살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다시 인천사람으로 살고서, 2011년부터 전남 고흥 시골사람으로 살아갑니다. 어버이집을 떠난 뒤부터 거의 해마다 살림집을 옮겼는데, 시골사람으로 지내기로 하면서 “이제는 고이 고요히 뿌리내리는 하루를 그리자”고 여겼어요. 《행복한 붕붕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고 달포쯤 망설였습니다. 그냥그냥 인천이나 서울에 남아서 언제나 부릉부릉 매캐한 소리와 냄새에 시달려서 고달픈 몸이었다면 이렁저렁 포근하게 줄거리를 엮는다고 느낄 만하지만, 시골에서 곁님하고 아이들이랑 수수하게 숲빛으로 물드는 살림을 그리면서 천천히 짓는 눈으로 보자면 너무 철없고 억지스럽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제가 아이들하고 인천·서울처럼 큰고장에 남았더라도 이 그림책을 반기지 않았겠다고 느껴요. 왜냐하면 저는 큰고장에서도 늘 걸어다니고 아이하고 골목꽃과 골목나무와 골목새랑 동무하면서 별바라기를 했을 테니까요. 서울살이가 고달프다면, 서울내기 스스로 서울을 안 버리고 시골로 안 간 탓입니다. 그리고 서울을 들숲바다로 갈아엎는 길에 스스로 조그맣게 씨앗을 심는 일을 안 하는 탓이에요. 그림책이건 글책이건 ‘행복’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굳이 붙일 적에는 오히려 “안 즐겁고 안 기쁘다”를 훅 드러낸다고 느껴요. 행복을 찾지 마셔요. 풀씨를 심고, 나무 곁에 서면 그만입니다.


ㅅㄴㄹ


《행복한 붕붕어》(권윤덕, 길벗어린이, 2024)


먼 길을 떠날 작정이에요

→ 먼길을 떠나려 해요

→ 먼길을 떠날 참이에요

2쪽


힘차게 땅 위로 첫발을 내딛었어요

→ 힘차게 땅으로 첫발을 내딛어요

6쪽


중력을 버텨내고 아가미를 펄떡이며

→ 끌힘을 버텨내고 아가미를 펄떡이며

6쪽


냉랭한 기운이 등뼈 속으로 스며듭니다

→ 등뼈가 시립니다

→ 등뼈까지 춥습니다

7쪽


얼어 버리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해요

→ 얼어버리기 앞서 닿아야 해요

→ 얼어버리기 앞서 가야 해요

7쪽


오랫동안 준비한 일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어요

→ 오랫동안 살핀 일이니 물거품이 될 수는 없어요

7쪽


횡단보도 끝에 붕어빵 노점이 보여요. 붕붕어는 사람들이 건널 때를 기다렸다가 노점을 향해 달렸어요

→ 건널목 끝에 붕어빵집이 보여요. 붕붕어는 사람들이 건널 때를 기다렸다가 달려요

9쪽


노점 안은 훈훈했어요

→ 길가게는 따뜻해요

→ 가게는 따스해요

13쪽


조리대 위에 올라가 붕어빵 만드는 도구를 면밀히 살폈어요

→ 도마에 올라가 붕어빵 굽는 틀을 살펴요

→ 도마판에 올라가 붕어빵틀을 살펴요

13쪽


손님이 많아져요

→ 손님이 늘어요

→ 손님이 북적여요

15쪽


온몸을 요동치며 힘차게 튀어 올라 팥소 안으로 파고들었어요

→ 온몸을 흔들며 힘차게 튀어올라 팥소로 들어가요

17쪽


주걱 위에 잘 올라타야 하는데

→ 주걱에 잘 올라타야 하는데

17쪽


저기 8호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어

→ 저기 여덟째로 들어가야겠어

17쪽


주걱 위에 온전히 올라탔어요

→ 주걱에 잘 올라탔어요

→ 주걱에 제대로 올라탔어요

19쪽


날 선 칼날을 간신히 피했어요

→ 칼날을 겨우 비켜요

19쪽


깊은 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 냇물로 깊이 빨려들어가는 듯해요

22쪽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어요

→ 숱한 얘기가 스쳐 지나가요

→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가요

22쪽


그녀가 아픈 강물을 어루만졌어요

→ 아픈 냇물을 어루만져요

23쪽


발이 단단해졌어요

→ 발이 단단해요

27쪽


노점 주인을 찾아가 오랜 꿈을 이룰 거야

→ 가게지기를 찾아가 오랜 꿈을 이뤄야지

28쪽


오랫동안 준비한 일을 시작해요

→ 오랫동안 생각한 일을 해요

→ 오랫동안 헤아린 일을 벌여요

29쪽


발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어요

→ 발을 또렷하게 새겼어요

→ 발무늬가 뚜렷해요

32쪽


붕붕어빵들만 거치대에 쌓였어요

→ 붕붕어빵만 받침에 쌓여요

→ 붕붕어빵만 받이에 쌓여요

33쪽


푸른 하늘 투명한 햇살

→ 파란하늘 맑은 햇빛

35쪽


다시 굵어진 눈발 사이로

→ 다시 굵은 눈발 사이로

38쪽


이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거예요

→ 이제 여러 사람을 만나요

→ 이제 사람들을 만나지요

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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