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1.7. 짐과 몫
한자말인 ‘의무’는 ‘짐’을 나타낸다. ‘짐(의무)’을 품고 맡을 적에는 ‘몫(권리)’이 뒤따른다. 몫(권리)을 누리려면 어떤 짐(의무)을 맡아야 하고. 이와 달리, ‘사랑’은 사람으로서 숲을 품으면서 서로 수수하게 나누는 숨빛인 사이에서 태어나며 맑고 밝은 씨앗이라고 여길 만하다. 즐겁게 나누면서 서로 아름답게 나아가는 빛씨앗인 사랑에는 아무런 짐이나 몫이 없다. 사랑은 언제나 사랑 그대로이다. 우리가 나를 나로서 나답게 바라보려면 ‘다른 것(짐·몫·자리·벼슬·돈·이름)’을 모두 내려놓거나 벗거나 씻고서 그저 사랑이어야지 싶다. 사람으로서 사랑을 하지 않기에 자꾸 ‘다른 것’을 살피느라, 짐과 몫 사이에서 헤매고 무겁고 벅차다가 쓰러진다고 느낀다. ‘좋은책’도 ‘좋은문학’도 나쁘지는 않을 테지만, 짐과 몫이 나란하다고 느낀다. 나를 나로서 나답게 바라보고 찾아보고 알아보려면, 맑고 밝게 스스로 사랑하는 길을 여는 생각씨앗을 마음밭에 심으면 된다고 느낀다. 책을 제대로 읽자면, ‘다른 것’이 아닌 ‘사랑’이라는 길 하나면 넉넉한데, 그만 또다시 ‘다른 것’에 매이면서 스스로 흐트러지고 어지럽게 벗어나는구나 싶다. 내가 나를 나로서 나답게 보면, ‘나’하고 ‘너(남)’는 그저 “선 자리가 다를 뿐, 같은 숨결인 사람이면서 사랑”인 줄 알아차린다. 우리가 읽고 쓸 글이란, ‘다른 것(짐·몫·자리·벼슬·돈·이름)’이 아니라 언제나 ‘사랑’을 씨앗으로 심어서 손수 가꾸는 즐거운 빛줄기이면 넉넉하다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