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2.


《욕 시험》

 박선미 글·장경혜 그림, 보리, 2009.3.31.



엊저녁에 섬돌에서 미끄러지면서 오른엄지발가락을 세게 찧었다. 아마 바닥에 갈린 듯하다. 피가 흐르는 줄 몰랐다. 오늘은 집에서 조용히 보낸다. 빨래는 모처럼 빨래틀한테 맡긴다. 집안일을 세 사람이 나누어 맡고, 혼자 가만히 쉬면서 여러 글일을 추스른다. 낮에는 넷이 둘러앉아 촛불보기를 한다. 문득 ‘별눈’이 촛불 둘레로 쏟아진다. 깜짝 놀라다가도 마음을 다독이면서 바라본다. 초 한 자루가 일으키는 불빛은 늘 우리 넋을 간질이면서 우리 눈길을 깨운다. 저녁에는 가볍게 빗줄기가 지나간다. 《욕 시험》을 되새긴다. 이 어린이책을 “잘 썼다”고 말씀하는 분이 꽤 있으나, 어쩐지 그리 내키지 않는다. 거친말이나 막말을 몽땅 쏟아붓거나 내뱉는다고 해서 후련할 일이란 없다. 사랑말을 들려줄 적에는 사랑씨를 심는 살림길이요, 거친말을 뱉을 적에는 거친말을 심는 죽음길이다. 모든 말은 ‘씨(말씨)’이다. 얼핏 후련하거나 시원하게 뱉으면 될 거친말 같지만, 오히려 자꾸자꾸 길들면서 또다시 거친말이 잇달고, 어느새 거친말이 입과 몸에 배고 만다. 마음에 걸리는 응어리하고 멍울하고 생채기하고 고름을 풀어낼 노릇이다. 그저 ‘거친말잔치’를 벌인다고 아이들이 어깨를 펴거나 가슴을 활짝 열 수 있지는 않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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