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5.
오늘말. 까지다
미워하는 마음으로 밥을 지으면 밥에 미움씨앗이 퍼집니다. 싫어하는 마음으로 논밭일을 하면 논밭살림에도 싫은 기운이 번집니다. 밥살림이건 들살림이건, 살림길에는 살리는 몸짓과 마음과 말씨가 아닌 죽이거나 악악거리는 모든 티끌은 치웁니다. 얼핏 읊는 말 한 마디가 둘레로 흩어지면서 깃들어요. 사랑을 담기에 사랑으로 날고, 사랑이 없이 매몰차기에 매물차게 나부대면서 훅훅 뿌리내립니다. 노려본들 안 바뀝니다. 덤비면 스스로 망가집니다. 횃불을 활활 사르면서 둘레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메마른 마음으로 불타오르면 어느새 잿더미로 바뀌고 말아요.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봐요. 무엇이 아니꼬운 일인가요? 왜 툭탁거리거나 치고받는가요? 쟤가 까졌으니 싸우나요? 쟤가 엄포를 놓으니 나란히 으르렁거리고 싶나요? 다투는 자리에서는 풀이 안 돋습니다. 싸움박질이 춤추는 땅에서는 나무가 죽어요. 되바라진 마음을 다독여 봐요. 이제는 그만 등돌려요. 으름장은 훅 날리고서 어깨동무로 가벼이 다가가요. 푸른숲을 이루는 작은씨는 아옹다옹하지 않습니다. 작은씨앗은 언제나 사근사근 어울리면서 나비처럼 훨훨 날갯짓하는 꿈을 그려요.
ㅅㄴㄹ
퍼지다·퍼뜨리다·흩다·흩뜨리다·흩어지다·날다·날리다·날려가다·뿌리다·흩뿌리다 ← 산포(散布)
밉다·미움·미움질·밉질·미워하다·싫다·싫어하다·악악대다·으르다·으름장·으르렁·까지다·꺼리다·나대다·나부대다·덤비다·노려보다·되바라지다·바라지다·등돌리다·등지다·불타다·불타오르다·타오르다·활활·훨훨·다투다·싸우다·싸움박질·싸움터·툭탁거리다·티격태격·치고받다·아니꼽다·아옹다옹·아웅다웅·엄포 ← 적개(敵愾), 적개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