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5.

오늘말. 엎지르다


거꾸로 간다고 바꾸지는 않아요. 거꿀길은 거꿀질입니다. 누구를 거꾸러뜨리기에 멍울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느 우두머리 하나만 골칫거리가 아니기에 온갖 말썽이 불거져요. 새로 담근 술을 새 자루에 담는 까닭을 돌아봅니다. 우두머리를 받치거나 모시는 벼슬아치를 나란히 엎을 적에 비로소 갈아치울 수 있습니다. 빗물은 잘잘못을 안 가립니다. 빗물은 오로지 씻고 털고 치웁니다. 빗물은 결딴이나 끝장을 내지 않아요. 빗물은 깨뜨리지 않고 아작을 내지 않습니다. 그저 티끌을 씻으면서 먼지를 와르르 솎아요. 우리는 옷을 갈아입습니다. 우리는 밥을 새로 짓습니다. 우리는 쓸고닦고 설거지를 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하루를 누립니다. 아침에 일어서고 저녁에 푹 누워서 꿈누리로 가요. 쳇바퀴처럼 늘 똑같다면 생각을 일으키기 어렵고, 쳇바퀴를 허물고서 해와 바람을 맞아들이기에 싱그럽게 생각을 합니다. 새길이 낯설어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고, 이따금 물을 엎지르겠지요. 아이들은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다시 일어섭니다. 다친 곳은 곧 아물어요. 힘들면 털썩 주저앉아서 천천히 쉬고 나서 성큼 걷습니다. 우르르 몰리지 말고 활짝 피어나 봐요.


ㅅㄴㄹ


무너지다·망가지다·깨다·깨뜨리다·깨지다·거덜·결딴·끝·끝장·넘어지다·내려앉다·꺼지다·궁둥방아·엉덩방아·사라지다·쓰러지다·박살·씨를 말리다·아작·와르르·와장창·우르르·움푹·으그러지다·자빠지다·주저앉다·지다·쪽박·쫄딱 무너지다·털썩·폭삭·푹·헐다·허물다·흐무러지다 ← 붕괴


갈다·갈아입다·갈아치우다·갈아엎다·거꾸로·거꿀이·거꿀길·거꿀질·거꿀짓·고꾸라뜨리다·거꾸러뜨리다·뒤바꾸다·뒤엎다·뒤집다·들고일어나다·들고일어서다·바꾸다·엎다·엎지르다·일어나다·일어서다 ← 쿠데타, 반란, 무력정변(武力政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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