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30.
《해파리 책》
파올라 비탈레 글·로사나 보수 그림/김지우 옮김, 원더박스, 2023.6.30.
아침 08:45 시골버스를 큰아이하고 탄다. 고흥읍에 내려서 글붓집에 들르고, 천천히 걷는다. 고흥읍 곳곳은 내내 삽질판이다. 이쪽에서 삽질을 하다가 저쪽에서 파헤치고, 그쪽에서 허물더니 새로 이곳저곳 까부순다. 사람들이 살아온 자취를 고이 여기거나 돌보려는 손길은 없다시피 하다. 걸어서 ‘존심당’에 닿는다. 〈우리말로 노래밭〉 열걸음을 연다. ‘발바닥으로’하고 ‘서른’하고 ‘배고픔·기쁨·사랑’ 세 가지 글감으로 저마다 삶노래를 적는다. 《해파리 책》을 아이들하고 읽었다. 해파리를 다룬 책은 드물기에 언제나 반가운데, 어쩐지 ‘사람 눈금’으로 해파리를 이리 따지고 저리 재려고 하는 티가 짙다. 해파리는 그냥 해파리로 보아야 할 텐데. 문어는 문어요 오징어는 오징어요 고래는 고래이다. 돌나물은 돌나물이고, 민들레는 민들레이고, 느티나무는 느티나무이다. 사람하고 닮아야 머리나 골이 있지 않다. 사람처럼 손과 발이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 사람하고 똑같은 눈코귀입이 있어야 할 까닭조차 없다. 다 다른 숨결이기에 다 다르게 생기고 다 다르게 살며 다 다르게 사랑한다. 일본한자말 ‘과학’은 우리말로는 ‘밝꽃·밝갈’이다. 밝게 여미고 보고 풀어서 나누는 길이려면, 눈금을 벗고서 눈빛을 열 노릇이다.
#Il Giardino Delle Meduse #Paola Vitale #Rossana Bossu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