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8.28.


《꽃신》

 이경자 글/박숙경 옮김, 창비, 2004.2.20.



바람이 제법 센 하루이다. 작은아이 고무신을 새로 장만하려고 저잣마실을 나선다. 옆마을로 걸어가는 길에 맞바람에 밀려 제자리날갯짓을 하는 새를 만나고, 뜸부기 뒷모습을 또 만난다. 그런데 그야말로 이제는 신을 누리가게에서 사야겠다고 느낀다. 읍내 신집은 툭하면 닫고, 갈수록 고무신을 파는 데를 찾기 어렵다. 벌써 웬만해서는 마을가게에서 만나거나 사기 어려운 나라이다. 살림살이를 마주하는 이웃을 마을을 돌며 나누는 마음이 확 사라진 채, 가두리처럼 갇히는 삶으로 여길 만하다. 스스로 마실하는 다리를 잊는다면, 스스로 짓는 손도 잃게 마련이다. 쉽게 뚝딱 “집에서 받는” 얼거리가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사람다움을 빼앗는지 알아차릴 이웃은 어디 있을까. 《꽃신》을 되읽는다. 줄거리는 뜻있는 듯싶지만,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 지나치게 사로잡혔다. 두 나라 이야기를 어질게 다루는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츠보이 사카에)하고 《슬픈 나막신》(권정생)이 있다. 그리고 《이 세상의 한 구석에》(코노 후미요)가 있다. ‘미움·싫음·불길’로는 어떤 앙금이나 멍울이나 생채기도 못 털고 못 씻고 못 다독인다. ‘드라마틱·극적 효과’를 노려야 글(문학)이 되지 않는다. 삶 너머 살림을 사랑으로 써야 글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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