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1.

오늘말. 집내림


모든 씨앗이 다르고, 모든 숨결이 다릅니다. 모든 사람이 다르고, 모든 바탕이 달라요. 얼핏 이름이 같아 보여도, 이름빛이 다르고, 이름씨와 이름줄이 다릅니다. 온누리에 숱한 사람이 살아가니까, 똑같이 이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에요. 다만, 서로 밑길도 밑동도 다르고, 삶길도 살림자락도 다릅니다. 집집마다 다르고, 같은 집이라 하더라도 어버이와 아이가 다 달라요. 집내림이야 모든 집씨가 받겠지만, 핏줄이 같을 뿐 저마다 다른 자취를 남기면서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같은 집안이기에 똑같아야 하지 않아요. 집안길은 같으니 길이 달라요. 나는 이 길눈을 밝히고, 너는 저 길꽃을 피웁니다. 나는 이 밑뿌리를 가꾸고, 너는 저 밑싹을 틔워요. 여러 아이는 한피를 물려받더라도 스스로 새롭게 뿌리를 뻗습니다. 똑같은 민들레한테서 나오는 씨앗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날아가서 자리를 잡아요. 똑같아야 하지 않습니다. 나란하지 않을 만합니다. 그저 숨빛을 읽기를 바라요. 집안물림이기를 바라지 말아요.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르게 고운낯이요 아름낯입니다. 두 어버이는 서로 다르게 꽃낯이면서 고운얼굴입니다. 함께 보금자리를 일구기에 빛납니다.


ㅅㄴㄹ


곬·길·길눈·길꽃·사람씨·씨·씨알·씨앗·씨줄·씨줄책·집·집그림·집안·집꽃·집씨·집안길·집안내림·집안물림·집내림·집물림·집안적이·집적이·집이름·밑·밑동·밑빛·밑길·밑살림길·밑삶길·밑바탕·밑절미·밑꽃·밑짜임·밑틀·밑판·밑뿌리·밑싹·밑자락·뿌리·샛줄기·샛갈래·바탕·바탕길·바탕꽃·밧줄·이르다·이름·이름길·이름꽃·이름빛·이름씨·임씨·이름줄·바·줄·줄기·자리·자취·핏줄·피로 잇다·피로 맺다·핏줄책·고운낯·고운얼굴·꽃낯·꽃얼굴·아름낯·아름얼굴 ← 족보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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