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4.10.27. 분노란 잿더미



  불(분노)을 일으키면 스스로 확 타오르다가 훅 꺼지면서 잿더미로 바뀐다. 부끄럽고 슬프고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질 적에 스스로 부아를 내기에 그저 싫고 밉다가 마음도 몸도 무너진다.


  어처구니없거나 얼뜬 짓을 코앞에서 볼 적에 부아를 안 낼 수 없다고 여기곤 하지만, 어처구니없거나 얼뜬 짓이야말로 부아를 안 내면서 풀어내는 길을 익히려고, 새삼스레 어처구니없고 얼뜬 짓을 자꾸 겪고 본다. 우리는 배우려고 살아간다. 배우기에 삶이다. 안 배우면 늙다가 죽는다.


  아이는 늘 새로 배우기에 웃고, 아이 곁에 있는 어른은 아이한테 살림살이를 베풀고 보여줄 수 있어서 스스로 기쁘니 웃고 노래한다. 이둥안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운다. 어른은 새로 배우려고 아이를 낳거나 아이 곁에 선다. 어른은 철들려고 아이한테 말을 들려주고서 말을 듣는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기에 어버이요 어른이다. 아이하고 말을 나누면서 말을 나누기에 천천히 철들어간다.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제비나 참새처럼 쉬잖고 노래하듯 이야기를 하기에 가만히 철들어간다.


  푸르게 풀어내려고 마음을 기울이기에 숲으로 간다. 풀빛을 등지는 서울은 숲을 잊는다. 시골에서 살더라도 아이들 말을 안 듣고 안 귀담아듣기에 자꾸 늙다가 삭고 사라진다.


  아이는 숲이다. 모든 어른은 처음에 아이였으니, 누구나 숲이다. 나이를 먹느라 숲을 잊었다면, 이제부터 아이들 말을 들으면 돈다.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괴롭히는 이들은 스스로 불가마에 뛰어드는 셈이다.



  불꽃을 풀꽃으로 바꾸는 아이들이다. 풀꽃인 아이들을 품고 보듬는 어른이라면 어느새 나무가 되어 날개를 달게 마련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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