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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열차
이동순 지음 / 창비 / 2019년 8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10.21.
노래책시렁 451
《강제이주열차》
이동순
창비
2019.8.30.
나라가 없기에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습니다. 나라에 힘이 없거나 여리기에 사람들이 고단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살림을 짓고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들숲바다를 품는 하루로 나아갈 적에는, ‘나라가 있든 말든’ 안 쳐다보면서 보금자리를 가꾸고 아이를 돌보게 마련입니다. 《강제이주열차》는 허수아비인 우두머리가 득실대던 즈음에 한겨레가 고달피 지낸 삶자취 가운데 하나를 짚는 듯싶습니다만, 자꾸 목소리만 높입니다. ‘스탈린놈’에 ‘소련놈’에 ‘왜놈’이라고 나무라기만 합니다. ‘그놈’이나 ‘저놈’이 잘한 짓이란 없다고 여길 만하되, ‘이놈’도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살림길’을 바라보는 눈썰미라면, 찬바람에 맵추위에 벼락눈이 휘몰아치는 곳에서도 아이를 품고 돌보면서 꿈을 그리는 사랑씨앗을 눈여겨보았겠지요. 러시아한겨레는 ‘미움’으로 견디거나 살아남지 않았습니다. 러시아한겨레도 일본한겨레도 중국한겨레도 남북한겨레도 오직 ‘사랑’으로 하루를 짓고 살아숨쉬었고 살림을 했습니다. 강제이주열차를 다룰 적이든, 두 다리로 먼먼 가싯길을 걸어가야 했던 나날을 짚을 적이든, 어디에 어떻게 눈길을 맞추느냐에 따라 줄거리가 다르고 이야기가 새롭습니다. 놈놈 타령만 하다가 갑자기 ‘아리랑’을 들추는 《강제이주열차》는 퍽 억지스럽습니다. 그저 눈물노래에 땀노래에 사랑노래를 부를 수 없다면 무엇이 글꽃(문학)일까요?
ㅅㄴㄹ
일본 쳐들어오면 / 고려인들 일본에 붙는다고 했대 / 우리를 왜놈 간첩이라 했대 / 골치 아픈 믿을 수 없는 / 고려인에겐 추방이 상책이라 했대 / 이 무지막지한 / 스탈린 놈과 소련 놈들 / 비밀리에 추방 계획 세웠대 / 이 사실 알게 된 조선 볼셰비키들 / 격분해서 항의 비판 쏟았지 (고려인/12쪽)
우리가 너희들 닭이냐 / 우리가 너희들 소 돼지냐 / 이렇게 마구 다루고 부릴 정도로 / 우리가 그렇게도 만만하더냐 / 왜놈 피해 떠나온 연해주 / 이제 다시 아득한 중앙아시아로 떠밀려가네 / 가련한 우리 고려인 신세 (떠나던 날/29쪽)
강제이주 / 열차를 한달이나 / 타고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 바로 아리랑의 힘 / 절망의 아득한 벼랑 끝에서 / 나도 모르게 입에서 터져나온 노래 / 아리랑 눈물의 아리랑 (아리랑의 힘/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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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열차》(이동순, 창비, 2019)
어깨 위에 나비처럼
→ 어깨에 나비처럼
9쪽
질기디질긴 잡초 따위로 여기며
→ 질기디질긴 풀로 여기며
→ 검질풀로 여기며
→ 질기디질기다고 여기며
16쪽
가문의 귀한 족보는 어찌하고
→ 거룩한 집안적이는 어찌하고
→ 빛나는 집내림은 어찌하고
22쪽
이 시련의 끝은 언제인가
→ 이 가싯길은 언제 끝나나
→ 이 고비는 끝이 언제인가
→ 이 된서리는 끝이 나는가
→ 이 구렁은 끝이 나는가
39쪽
불평하고 투덜거리면
→ 투덜거리면
→ 쀼루퉁 투덜거리면
→ 중얼중얼 투덜거리면
45쪽
일곱 량이 탈선해서 완전 뒤집혔고
→ 일곱 칸이 벗어나서 확 뒤집혔고
→ 일곱 채가 빗가서 아주 뒤집혔고
5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