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책집에 갑니다 (2024.7.1.)

― 서울 〈문화온도 씨도씨〉



  비가 올 적마다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비내음이 섞인 바람맛을 느낍니다. 이윽고 혀를 내밀어 빗방울을 톡 마주하고, 그릇에 빗물을 받아서 한 모금 두 모금 마십니다. 봄과 가을은 빗물맛이 다릅니다. 여름하고 겨울도 빗물맛이 달라요. 달마다 다른 빗물맛이고, 장마에 마시는 빗물맛과 가뭄을 끝내는 빗물맛도 달라요.


  다만 비맛은 언제나 달아요. 온몸을 확 틔우는 바다빛과 바람빛이 어우러진 맛이라고 할 만합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서 돌보는 하루를 지을 뿐입니다. 아이는 두 사랑을 나날이 듬뿍 누리면서, 천천히 철이 들고 스스로 길을 즐겁게 찾아나서겠지요. 오늘은 어버이나 어른이어도, 어제에는 아이요 아기였어요. 더 먼 어제에는 씨앗이었고, 다른 숨결이었고, 다른 삶이었습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어버이나 어른으로 서면서 새롭게 아이를 맞아들여서 함께 살림을 짓습니다. 모레에 먼먼 모레에는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눈빛으로 마주할 테고요.


  언제나 작은씨앗 한 톨부터 비롯하면서 바꾸어 갈 수 있습니다. 큰씨앗이어야 큰나무로 자라지 않습니다. 누구나 작은씨앗 한 톨에 다른 작은씨앗 한 톨이 만나서 사람으로 깨어납니다. 굳이 커다란 씨앗이어야 하지 않아요.


  서울 〈문화온도 씨도씨〉에서 7월 한 달에 걸쳐 “책집에 갑니다”라는 이름으로 책집 이야기를 빛꽃(사진)으로 나누는 자리를 꾸립니다. 그저 책집에 가기에 “책집에 갑니다”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나를 돌아보면서 책집에 갑니다. 이웃을 만나러 책집에 가고, 동무랑 어울리는 하루를 활짝 웃으며 책집에 갑니다.


  우리는 ‘국민’이나 ‘시민’이나 ‘백성·민중·인문’이나 ‘대중·다중’이 아닌 ‘사람’입니다. 시골에서는 ‘군민·읍민·면민’으로 쓰는데, 굳이 ‘구민·동민’에 ‘도민’ 같은 이름을 써야 하지 않아요. 모두 사람인걸요. 서로 사람입니다. 살림을 짓고, 사랑을 나누고, 누구나 사이에 품는 숨결을 읽고 이으면서 숲으로 나아갈 줄 아는 새빛이기에 사람입니다.


  책을 읽습니다. ‘좋은책·나쁜책’이 아닌 책을 읽습니다. 이웃을 만납니다. ‘왼쪽·오른쪽’이 아닌, 오늘 이곳에서 사랑으로 꿈을 그려서 스스럼없이 펼치는 이웃을 즐겁게 만납니다. 아이하고 하루를 노래합니다. ‘착한아이·나쁜아이’가 아닌 아이하고 도란도란 말을 섞고 함께 살림을 꾸리면서 하루를 노래합니다. 바람을 마시고, 별을 보고, 나비를 팔뚝에 앉히고, 벌더러 콧등에서 쉬라 하고, 발등을 탄 개미를 바라보고, 한여름 구름빛을 너울너울 춤짓으로 맞이합니다.


ㅅㄴㄹ


《아기가 웃어요》(오나리 유코/허은 옮김, 봄봄, 2016.5.25.)

#あかちゃんがわらうから (2014년) #おなり由子

《같은 하늘 아래》(브리타 테켄트럽/김하늬 옮김, 봄봄, 2022.2.25.)

#Britta Teckentrup #Under the Sam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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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구한 사서》(마크 앨런 스태머티 글·그림/강은슬 옮김, 미래아이, 2007.5.15.)

《꿈을 나르는 책 아주머니》(헤더 헨슨 글·데이비드 스몰 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 2012.4.18.)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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