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서로거울 2024.8.27.불.
너는 아무나 보지 않는단다. 아무나 너를 보지 않아. 보고 보이는 둘은 거울과 같아. 얼핏 겉으로는 다를 텐데, 모두 너를 비춰. 너를 바라보는 눈도 네 모습과 몸짓을 바탕으로 그 사람 마음을 비춘단다. 너는 무엇을 보면서 네 눈에 그림을 담을까? 너는 어떻게 보이면서 둘레를 비출까? 풀잎이 돋고 나뭇잎이 팔랑거리듯이 네 모습과 몸짓이 둘레로 스며 구름이 흐르고 물결이 일듯이 네 눈으로 둘레 흐름과 빛살을 하나하나 받아들이지. 스승이란, 가르치지 않으면서 보여주는 사람이야. 스승이라면, 시키지 않으면서 알아보는 사람이야. 배울 적에는 지켜보고 살펴보고 들여다보고 돌아본단다. 보고 나서 스스로 해보는데, ‘본 길’을 ‘보이는 길’에서 느끼지. 그동안 어떻게 보아왔는지 느끼고, 본 길을 어떻게 품었는지 느낀단다. 그러니까 스승은 보여주는 동안 “스스로 어떻게 보이는지 느낄” 뿐 아니라, 어질고 즐겁고 밝게 보이는 길을 살펴서 가다듬어. 스승이 아닌 사람은 시끄러워. 스승인 척하는 사람은 바빠. 스승 시늉을 하는 사람은 반드레레하지. 스승이라고 꾸미거나 내세우는 사람은 거짓말로 눈속임을 할 뿐 아니라, 위에 올라서려고 하지. ‘아이어른’은 늘 ‘서로거울’이야. 아이는 어른을 일깨우고 북돋우는 스승이요 거울이라면 어른은 아이랑 놀고 노래하면서 살찌우는 스승이자 거울이란다. 둘은 늘 서로거울로 살아. 잘나거나 못나지 않은 하루야. 그저 서로 보고 보이면서 웃을 줄 알기에 한마음이고 한지붕이고 한빛이지. 시키는 쪽이나 심부름을 하는 쪽이나 으레 시시해. 스스로 하고 펴고 나누고 짓기에 빛나는 서로거울이면서 서로사랑이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