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
오늘말. 임자
마음에 안 들기에 얼굴을 돌립니다. 마음에 안 맞으니 눈을 돌려요. 마음이 어긋나서 등지고, 마음을 안 두고 싶으니 떨어집니다. 마음으로 만나기에 손사래가 아닌 손잡기입니다. 마음으로 어울리기에 도리도리가 아닌 동글동글이에요. 서로 끊는 사이라면, 마음을 못 잇는다는 뜻입니다. 마음을 잇고 싶기에 이야기를 하고, 마음이 안 닿으니 뿌리치거나 멀리합니다. 오래도록 한집살림을 하다가도 헤어집니다. 여태까지 잘살았다고 여겼지만 사르르 갈라섭니다. 아주 조그마한 곳에서 틈이 나기에 어그러질 때가 있어요. 이쪽에서는 아무것이 아니라고 여기지만, 저쪽에서는 대수롭기에 틀어지느라, 눈물길로 끝냅니다. 비록 쓰겁게 자르더라도 오늘까지 어울리던 마음은 거짓이지 않습니다. 이제 걷어차인 몸이라지만, 이 눈물비를 달게 맞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시키기에 하는 일이나 사랑이 아닙니다. 누구나 스스로 임자로 서기에 심는 마음씨요 글씨요 사랑씨입니다. 저마다 한집안을 이루는 기둥이에요. 오늘은 앞에서 가고, 다음에는 뒤에서 받칩니다. 천천히 걸어요. 앞장서기도 뒤서기도 하면서 새롭게 하늘을 바라보면서 웃어요.
ㅅㄴㄹ
걷어차다·차다·채다·끊다·끝내다·끝장·내치다·손사래·도리도리·고개돌리다·눈돌리다·얼굴돌리다·등돌리다·등지다·떨어지다·떨구다·동떨어지다·남남·막다·가로막다·자르다·멀리하다·뿌리치다·쩍·쩍쩍·버림받다·버리다·안 보다·보지 않다·않다·헤어지다·갈라서다·갈라지다·엇갈리다·어그러지다·틀어지다·눈물·눈물겹다·눈물꽃·눈물길·눈물비·눈물빛·눈물사랑·쓰다·쓰겁다·쓰리다·쓰라리다·쓴사랑 ← 절교(絶交), 절연(絶緣)
임자·임자말·세우다·세움말·기둥·기둥말·앞·앞꽃·앞에서·앞세우다·앞장·앞장서다·-로·-으로·말뚝 ← 주어(主語)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