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0.3.
오늘말. 맵차다
갑자기 찬바람이 밀려들면 숱한 풀벌레나 개구리는 몸을 옴츠립니다. 설죽은 듯이 꼼짝을 못 합니다. 죽죽 뻗던 들풀도 거의 죽은 듯이 수그립니다. 사람도 오들오들 떨고, 나무도 잠들고 싶습니다. 맵찬 바람에 모두 도사리고 웅크립니다. 그러나 아무리 차갑게 휭휭거리더라도 해가 돋으면 가볍게 풀려요. 잠길로 가려던 숨붙이는 매서운 바람에 얼얼했지만, 조금씩 넋을 차립니다. 꽈당 쓰러질 뻔했으나 새로 기운을 냅니다. 여름하고 겨울 사이에 가을이 있습니다. 밉벌레도 좀벌레도 딱정벌레도 잎벌레도 재우는 바람은 얼핏 사납게 부는 듯하지만, 아주 야멸지지 않습니다. 머잖아 새철이 다가오니 살림을 추스르라면서 조금 매운맛을 보일 뿐입니다. 겨울은 모질지 않아요. 겨울은 누구나 고요히 잠꽃으로 가라앉으면서 봄꽃으로 피어날 때까지 쉬라고 다독이는 철입니다. 겨우내 덮는 추위는 흙도 모래도 돌도 재웁니다. 겨우살이란 무섭지 않아요. 이제 보금자리에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때라고 할 만합니다. 싸늘하게 부는 바람에 얼어붙은 이웃을 불러요. 따뜻하게 녹이면서 두런두런 어울려요. 추울수록 손을 내밀면서 어깨동무를 합니다.
ㅅㄴㄹ
설죽다·살죽다·거의 죽다·죽은 듯하다·잠들다·자다·잠빛·잠길·잠꽃·잠든몸·넋나가다·넋잃다·넋뜨다·넋비다·넋가다·넋없다·얼비다·얼뜨다·얼없다·힘없다·꽈당·쓰러지다·자빠지다 ← 가사(假死)
고약하다·고얀·고얀놈·고얀것·고얀짓·싸늘하다·차갑다·차다·죽음물·죽음가루·죽임물·죽임가루·좀·좀벌레·좀것·좀물·겨울·결·얼얼하다·추위·한겨울·나쁘다·나쁜곳·나쁜빛·나쁜결·나쁜것·나쁜좀·나쁜꽃·매섭다·맵다·매운맛·맵차다·맵바람·모질다·몹쓸·몹쓸것·몹쓸좀·야멸지다·무섭다·발톱·사납다·삼하다·옳지 않다·악·악쓰다 ← 독(毒)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