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나는 다르다지만 2024.9.4.물.



흔히들 “나는 달라!” 하고 말하는구나. “나는 쟤처럼 안 해. 나는 저렇게 어리석지 않아.” 하고도 말하네. 그런데 이렇게 말을 안 하더라도 이미 누구나 다르단다. 그저 서로 다른 숨결이고 삶인데 왜 굳이 “나는 달라!” 하고 말할까? 아무래도 서로 “안 다르기 때문”에 겉으로라도 말로라도 다르다고 내세우려는 뜻이지 않을까? 서로 다른 줄 안다면, 그저 스스로 바라보는 길대로 나아가면서 하면 돼. 그저 하면 네 다른 모습과 몸짓이 훤히 드러나. 굳이 말부터 앞세우려고 하면, 억지로 다르게 보이려고 굴다가 언제나 네 몸결과 마음빛을 잊는단다. 뭐 하나만 하려다가도 “쟤랑 같지 않나? 쟤랑 닮지 않나?” 하면서 자꾸 기웃거리거든. 밥을 먹는 수저질이 같은 사람이 없어. 몸으로 들어온 밥과 물은 사람마다 다르게 퍼져.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르게 느끼지. 똑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다르게 맞아들여. 그런데 숱한 사람들은 책과 영화를 똑같이 읽어야 하는 줄 여기는구나. 1만 사람이 보면 1만 가지 눈길로 1만 가지 이야기가 흘러야 할 텐데, 거의 1사람이 보고 쓰는 듯한 글이 아주 판박이처럼 흐르네. 10만이나 100만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10만이나 100만 가지로 다 다르게 느끼고 살펴서, “서로 다르게 누린 빛”을 나눌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마을이란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되, 심고 가꾼 땅과 사람과 해바람비에 따라서 다 다른 숨결이어야 한단다. 그런데 어쩐지 늘 똑같기만 하네. 언제쯤이어야 다 다른 콩을 심어서 다 다른 콩을 거둘까. 언제부터 다 다른 손길에 따라서 다 다른 터전이 깨어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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