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미래 세대를 위한 인문 교양 3
정주진 지음 / 철수와영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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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9.29.

인문책시렁 373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

 정주진

 철수와영희

 2024.8.30.



  일본스런 한자말 ‘평화통일’은 ‘평화 + 통일’입니다. 곰곰이 보면, 조선도 고려도 신라도 백제도 고구려도 으레 싸움질로 ‘하나’를 이루려고 했습니다. 우두머리는 늘 싸울아비를 앞세우면서 조무래기(졸병·병사)를 거느렸고, 여느때에는 시골에서 아이를 돌보며 흙살림을 짓던 사람들이 얼결에 붙잡히거나 끌려가서 ‘목숨을 빼앗길 때’까지 낯도 이름도 모를 이웃사람을 죽이는 짓에 수렁처럼 갇혀야 했습니다.


  오늘날 배움책(교과서)은 고구려·백제·신라·가야·부여가 서로 어떻게 윽박지르면서 땅뙈기를 넓히거나 잃었는지 짚을 뿐입니다. 고구려 흙사람이나 백제 어린이나 신라 아가씨나 가야 할머니나 부여 할아버지가 하루하루 어떤 삶을 짓거나 가꾸었는지는 한 마디조차 안 다루거나 못 짚습니다. 우두머리 이름을 외우는 짓이 ‘역사 공부’일 수 없습니다. 우리 스스로 어떤 발걸음으로 살림을 지었는지 돌아보는 일이 ‘발걸음 배우기(역사 공부)’입니다.


  이를테면, 고구려·백제·신라 세 나라가 싸움박질을 안 하면서 도란도란 어울렸다면, 저마다 다르면서 눈부시게 피어나는 살림길을 이루었을 테지요. 오늘날 ‘두나라 한겨레’인 남녘·북녘도 매한가지입니다. 두 나라는 어마어마하다 싶은 목돈을 쏟아부어서 싸움연모를 마구마구 때려짓고 늘리고 거느립니다.


  요새는 그나마 ‘여느 조무래기(일반 사병)’가 목숨삯(군인수당)을 어느 만큼 받습니다만, 고작 열 해 앞서까지만 해도 ‘여느 조무래기’는 그저 ‘총알받이’였고, 스무 해 앞서까지만 해도 ‘여느 조무래기’는 막말과 주먹질과 발길질로 시달리다가 얼결에 스무 살에 앳된 목숨을 빼앗겨야 했어요. ‘군의문사’라는 이름인 슬픈 굴레입니다.


  더럼짓 가운데 하나인 ‘군대비리’로 쇠고랑을 찬 이를 보기 어렵습니다만, 이 나라 싸움터(군대)에는 갖은 군대비리가 춤춥니다. 북녘도 매한가지예요. 그렇지만 ‘두나라 한겨레’에 어떤 군대비리가 있는지 차근차근 짚거나 따지는 글바치를 볼 수 없습니다. 글바치 가운데 싸움터(군대)에서 죽음수렁을 맛본 사람이 없거나 드문 탓일까요? 스스로 죽음수렁을 맛보지 않았어도 눈여겨보지 않는 탓일까요?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모로 뜻있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평화·통일·군대’를 말하기 앞서 군대비리부터 따져야 합니다. 어떤 군대비리가 언제부터 얼마나 또아리를 틀었는지 캐내야 합니다. 이 군대비리를 캐내다 보면, 왜 남녘도 북녘도 ‘평화통일’에 아무 마음이 없는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해마다 돈을 얼마나 쓰는지 짚어야 하고, ‘무기 개발과 연구’에 돈을 얼마나 어떻게 썼는지 낱낱이 따져야 합니다.


  북녘에서 핵무기를 만들려고 돈을 얼마나 써댔을까요? ‘국방과학’이라는 허울로 쓰는 돈은 참말로 ‘무기개발’에 오롯이 썼을까요? 아니면 우두머리와 벼슬아치와 돈바치(재벌기업)가 슬금슬금 뒷돈을 빼돌릴까요?


  이제 우리는 ‘평화통일’이라는 이름보다는 ‘어깨동무’하고 ‘이웃사랑’을 참답게 바라보아야지 싶습니다. 어깨를 겯는 동무로 지내려면, 너도 나도 손에 총칼을 못 쥡니다. 다 내려놓아야지요. 이웃사랑을 하는 사이일 적에도, 뒤에 총칼을 못 숨깁니다.


  허울로는 좋아 보이는 ‘평화통일’이라는 이름만 높일 적에는 오히려 남녘과 북녘이 숱한 군대비리를 감추면서 무기경쟁을 끝없이 해대면서 눈가림과 눈속임으로 ‘정권유지’를 하겠지요. 지난날 고구려·백제·신라가 이렇게 했거든요. ‘군수산업’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이 막상 ‘군대비리’투성이인 ‘군산복합체’인 민낯을 파헤치지 않는다면, 두나라 한겨레가 앞으로 나아갈 새길을 이야기할 적에도 뭔가 알맹이가 크게 빠진 줄거리에서 그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북한은 잘못된 점이 많아도 우리의 통일 상대인데 ‘그런 말(비정상국가)’로 비하하는 건 현명하지 않습니다(84쪽).”


“인도주의 지원 물품이 지배층에게 간다는 생각 또한 오해입니다(87쪽).”


사실 남한과 북한은 통일의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에 대해 한 번도 깊게 논의해 본 적이 없습니다. (20쪽)


남한과 북한은 적대 관계를 유지하면서 무력 대결과 경쟁을 해 오고 있습니다. 통일에는 매우 좋지 않은 조건입니다. 더 안 좋은 건 우리 사회에 통일에 대한 합의가 없고 정치인들과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고집하면서 대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51쪽)


같은 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접촉과 교류를 통해 공동의 경험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65쪽)


정부의 대북 정책이 국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국민은 되도록 남북 관계가 좋게, 최소한 싸우지 않고 원만하게 유지되기를 바랍니다. (120쪽)


북한도 성실하게 핵무기 포기 과정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127쪽)


핵 실험으로 마셜제도와 폴리네시아 주민 대부분이 피폭을 당했고 많은 암 환자가 생겼습니다.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됐고 지금까지도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 피해에 대해서는 알려진 정보가 없습니다. 그러나 핵 실험은 사람과 자연에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141쪽)


+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통일 이야기》(정주진, 철수와영희, 2024)


평화통일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고민해 봐야 합니다

→ 함께살기와 얽혀 여러 가지를 헤아리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 너나우리를 놓고 여러모로 살피고 곱씹어 봐야 합니다

→ 담을 허물려면 이모저모 돌아보고 짚어 봐야 합니다

6


다른 주장도 만들어 보길 바랍니다

→ 다른 소리도 내어 보길 바랍니다

→ 다른 길도 열어 보길 바랍니다

7


통일을 당연한 것으로, 또는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서로 다른 의견이 있는 겁니다

→ 꼭 한나라여야 한다고 여기거나, 이와 달리 아니라고 여깁니다

→ 마땅히 하나여야 한다고 보거나, 하나가 아니어도 된다고 봅니다

29


두 체제의 평화적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 두 얼개가 사이좋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 두 나라가 손잡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47


이 기사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 글을 읽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 이 글에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81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타당해 보입니다

→ 여러모로 헤아리면 옳아 보입니다

→ 여러 가지를 보면 맞아 보입니다

131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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