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9.13. 어디를 봐?



  우리한테는 눈이 있으니, 눈을 뜨면 무엇이든 볼 수 있고, 아무것이나 보기도 한다. 스스로 그리는 길이 있으면, 이 길을 나아가는 바람빛을 보고, 아무 길을 안 그렸을 적에는 아무 데나 두리번거린다.


  우리한테는 귀가 있으니, 귀를 틔우면 무엇이든 들을 수 있고, 아무 소리에나 어지러울 수 있다. 스스로 그리는 하루를 살아가기에, 이 하루를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아무 하루를 안 그렸을 적에는 아무 소리에나 허둥지둥한다.


  어디를 봐? 왜 봐? 뭘 봐?


  마음을 나누는 이웃을 바라본다. 이웃하고 별과 꽃과 구름을 본다. 호젓이 들길을 걷다가 나란히 숲길을 걷는다.


  비가 오는 오늘은 비내음을 머금고 빗소를 누린다. 햇볕 쨍쨍한 오늘은 해바라기로 뜨끈뜨끈 달군다.


  어디에나 풀이 돋고, 풀벌레가 속삭인다. 나는 풀빛을 맞이하면서 별님하고 이 밤을 노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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