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찜질바다 책판구경 (2024.9.7.)

― 부산 〈광안바다 북키스트〉



  인천에서 나고자라는 동안 바다를 으레 찾아가서 하염없이 뻘과 바다금을 바라보았습니다. 인천내기한테 바다란, 뻘과 미세기입니다. 썰물을 따라서 한나절을 걸어도 끝이 닿지 않는 기나긴 뻘밭인데, 드디어 썰물에 먼먼 끝까지 걸어서 닿았으면, 그때부터 거꾸로 달리기를 합니다. 밀물은 사람 걸음새보다 빠르거든요.


  전남 고흥도 뻘이 제법 넓지만 인천만 하지는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뻘밭인 인천인데, 이 나라는 아름바다에 그만 하늘나루를 때려박았습니다. 하늘나루를 때려박은 옛뻘 언저리로는 다시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부산 바다는 늘 찰랑입니다. 포항바다도 강릉바다도 늘 찰랑찰랑일 테지요. 처음 부산바다를 보고는 “우리나라가 좁은 듯하지만 넓구나” 싶더군요. 조금만 하늬녘으로 가도 뻘이 나오지만, 거꾸로 조금만 새녘으로 가도 찰랑바다입니다.


  부산 광안바다에서 〈북키스트〉를 연다고 합니다. 9월 8일 16시에 이야기꽃을 펴야 하기에 이날 맞추어 마실할까 하다가 하루 일찍 움직입니다. 마침 흙날이라서 순천서 부산 가는 시외버스에 빈자리가 드뭅니다. 용케 자리 하나 얻습니다. 밤새 여러 집일을 뚝딱뚝딱 하고서 졸린 몸으로 달려갑니다.


  왜 ‘북키스트’처럼 어설피 영어놀음을 할까 싶었는데, ‘부-’로 앞말을 잇고 싶은 듯하더군요. 그러면 〈광안바다 부지런히〉라든지 〈광안바다 부쩍부쩍〉이라든지 〈광안바다 부드럼꽃〉처럼 ‘부-’를 넣은 부드럼말씨를 헤아릴 만합니다. 영어를 쓰기에 안 나쁘되, 참으로 엉성합니다. 수영구 벼슬꾼은 길장사를 해본 적 있을까요? 아마 없을 테지요. 길장사를 아침부터 밤까지 한 적 있을까요? 틀림없이 없겠지요. 덩그러니 천막 하나에 책걸상 한둘을 내어주고서 길바닥에 서거나 앉아서 하염없이 사람구경을 하면서, 또 바닷가에서 몽실몽실 퍼지는 담배내음을 억지로 맡으면서, 또 시끌벅적 소리에 시달리면서, 이런 어지럼판에서 책판을 꾸리라고 하니, 그야말로 딱하고 안쓰럽고 쓸쓸합니다.


  아니, 부산시장과 수영구청장과 구의원과 국회의원부터 “책을 안 읽으”니까 이 따위로 허접하게 판을 벌인다고 느낍니다. 9월 7일 아침부터 밤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만, 어느 벼슬꾼도 코빼기조차 안 비치더군요. “책 읽는 부산”이기를 바란다면, 이놈이건 저놈이건 벼슬꾼(공무원·공직자)과 길잡이(교사)부터 책판으로 더위를 잊으면서 찾아와서 한 손에 책 한 자락씩 쥘 노릇입니다. 무엇보다도 잘난책(베스트셀러)이 아니라 마을책(지역도서)부터 천천히 읽고서, 그분들부터 느낌글(독후감)을 쓸 때라야, 엉터리로 뒤틀린 나라꼴이 조금은 반듯하게 서리라 봅니다.


ㅅㄴㄹ


《소요북구》(김정곤, 빨간집, 2004.9.5.)

《금정산 식물일기》(하윤, 공공북스, 2004.9.6.)

《책의 몸을 즐기는 법》(영영, 공공북스, 2021.5.22.첫/2024.8.15.2벌)

《세상의 변화를 읽는 50책》(조영란 엮음, 국회도서관, 2003.12.15.)

《책을 읽다가 잠이 들면 좋은 일이 일어날》(박솔뫼, 위즈덤하우스, 200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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