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매연 2024.7.31.물.



‘차방귀’라고 할 ‘배기가스’를 맡으면서 튼튼하거나 푸를 나무나 풀은 없어. 매캐한 배기가스를 늘 마시면서 멀쩡할 집이란 없어. 뿌옇게 휩싸는 배기가스를 누가 언제 얼마나 내뿜는지 돌아보렴. 자동차가 내뿜기 앞서는 ‘싸움수레(전차·탱크)’에 ‘싸움배(군함)’가 내뿜고, 온갖 배와 날개(비행기)가 내뿜었어.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곳마다 내뿜고, 기름돌(석탄)을 때면서 내뿜었지. 배기가스를 내뿜는 둘레에 들이나 숲이 있을까? 오늘날 서울을 보렴. 서울에 무엇이 있니? 이제 시골을 보렴. 시골에서 사라지는 숲만큼, 시골에 자동차와 아파트가 늘어나는구나. 얼마나 자주 많이 멀리 빨리 오가야 하고, 쓰고 버려야 하고, 기계를 돌려야 하기에 배기가스와 매연이라고 하는 죽음재를 쏟아내야 할까? 서로 북돋우면서 살리는 길은 어디일까? 살림길을 잊은 채 죽임길을 내달리면서, 어떻게 숨을 마시고 뱉는 하루일까? 숨을 이루는 바람이 어떻게 피어나는지 잊는다면, 네 삶이란 무엇일까?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바람을 읽지 않으면서, 숨을 느끼지 않는다면, 너는 오늘을 어떻게 보내는 셈일까?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는 둘레는 배기가스와 먼지로 새까맣지. 공장과 전쟁무기가 가득한 둘레도 배기가스와 먼지로 새까맣구나. 마을에는 무엇이 있어야 할까? 나라에는 무엇이 있어야 하지? 집에는 어떤 바람이 흘러야 할까? 힘(총칼·폭력)으로 억누르려는 무리는 한 줌일 뿐인데, 사람들을 꾀고 홀려서 허수아비로 세운단다.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짓는 오늘을 잊은 채 우두머리를 쳐다보며 하루가 지나가. 네 눈길이 가는 곳에는 네 꿈씨앗이 자랄 틈이 있을까? 네가 숨을 불어넣어야 씨앗이 깨어난단다. 배기가스는 씨앗숨을 다 가로막아서 죽이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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