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협회 2024.8.1.나무.
누구나 스스로 길을 내어 나아간단다. 가깝든 멀든 제 발로 걸어서 가지. 그래서 누구나 길손이면서 길잡이야. 누가 알려주는 길이 아니라, 스스로 디디고 밟고 느끼면서 배우거든. 어렵거나 힘들거나 땀빼는 일이 없다는 꽃길만 걷는다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울까? 아마 매우 얕을 만해. 이 꽃길조차 가마에 몸을 맡긴 채 간다면, 어떤 꽃길인지 모를 테고, ‘꽃길이라는 터전’조차 모르게 마련이야. 가시밭길을 걷기에 안 나빠. 가시밭길이 눈앞에 있기에, “가시밭길에서 아프지 말라”고 다 걷어내거나 치우면 어찌 될까? 스스로 걷지 않은 가시밭길이라면, 남이 맡아 준 가시밭길이라면, 무엇을 알거나 배울까? 혼자 하기에는 버겁거나 힘들 만하다고 여겨서 모임(협회)을 꾸리곤 한단다. 한우물을 파거나 한길을 가는 여러 사람이 뜻을 모을 만하지. 모임이라고 한다면, “길을 가는 마음”을 함께 보고 살피고 느끼면서 “여러 눈썰미를 나눌” 적에 뜻이 있어. 그러나 숱한 모임(협회)은 ‘여러눈’이 아닌 ‘외눈’으로 기울기 일쑤이구나. 모일 적에는 모든 숨빛으로 새로 하나라는 길을 볼 적에 아름다울 텐데, 어쩐지 모임은 자꾸 닫아걸면서 끼리끼리 놀려고 하네. 어린이가 춤추고 놀도록 틔우는 자리여야 모임이야. 어린이가 실컷 말하고 노래하도록 여는 곳이어야 모임이야. 나이든 이들이 ‘자리’를 거머쥐고서 힘을 부리는 데라면, 허울은 모임이지만 속내로는 담벼락이지. 갈수록 여기저기에 ‘협회’라는 허울이 늘어나는구나. 여러 사람이 여러 목소리를 고루 내면서 여러 길을 고루 살피는 눈을 찾아보기 어렵네. “모여서 살아가는 길”을 어우르려는 마음을 잊은 탓이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