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목청껏 2024.8.3.흙.
네 목소리를 누가 듣는지 둘러보렴. 마음을 열고서 귀를 틔운 누구나 네 목소리를 듣는단다. 네 목소리를 누가 안 듣는지 돌아보렴. 마음을 안 여느라 귀도 안 틔우는 모두가 네 목소리도 안 듣지만, 그들 스스로 제 목소리도 안 들어. 듣는 사람은 “목소리에 담은 숨결”을 들으려고 하지. “목소리에 담은 숨결을 이루기까지 보낸 삶”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받아들인단다. 네가 새소리를 듣는다면, 새가 살아가는 숨결을 함께 느끼면서 받아들인다는 뜻이야. 네가 매미소리를 듣는다면, 매미로 거듭나기 앞서 땅밑에서 보낸 온날을 나란히 느끼면서 받아들이는 셈이야. 소리만 들을 수 없어. 소릿결에 흐르는 삶결을 모두 듣는단다. 소리를 읽으려면, 소리로 태어난 삶을 알아보려고 온마음으로 마주할 노릇이란다. “말을 듣는다”고 할 적에는, “말이라는 소리로 옮긴 마음을 듣는다”는 뜻이고, “마음으로 담은 하루(삶)를 고스란히 듣는다”는 뜻이지. 삶을 읽고 느끼려 하기에 마음을 읽고 느껴. 마음을 읽고 느끼려 하기에 “말을 듣는 귀”를 틔울 수 있어. 말을 안 듣는 모든 사람은, 목청껏 외쳐도 못 알아들어. 듣지 못 할 뿐 아니라, 들려줄 말이나 보여줄 마음이 없단다. 듣지 못 하니(배우지 못하니), 들려주지 못하고(가르치지 못하고), 스스로 굳어가고 죽어간단다. 서로 살리는 새빛을 나누려고 들려주면서 듣는데, 안 듣고 안 들려주니까, 메마르면서 쫄아들어. 더 많이 들으라고 목청껏 외칠 수 있지만, 그저 들려주면 된단다. 듣는 사람은 큰소리라서 듣거나 잔소리라서 안 듣지 않아. 그저 마음소리를 듣지. 안 듣는 사람은 큰소리여도 안 듣고, 잔소리라면(작은소리라면) 더더구나 안 듣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