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
표재명 지음, 박정원 엮음 / 드림디자인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4.9.5.

인문책시렁 369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

 표재명 글

 박정원 엮음

 드림디자인

 2021.11.17.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는 덴마크에서 배움길을 닦으면서 ‘키에르케고어’를 따라서 걸어가려고 했던 발자취를 들려줍니다. 글님은 이 땅을 떠나고 없지만, 글님이 곁님하고 아이들한테 띄운 잎글(엽서)은 고스란하다지요. 덴마크 옛사람을 헤아리면서 쓴 글도 그대로이고요.


  우리는 가까운 이웃나라로도 먼 이웃나라로도 배움마실을 떠납니다. 이웃나라 옛사람이 남긴 글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우리말로 옮기기도 합니다. 그러면 거꾸로 생각해 봅니다. 이웃나라에서도 우리나라로 배움마실을 올까요? 이웃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어떤 옛사람을 돌아보면서 배움빛을 밝힐 만할까요?


  요즈막에 일렁이는 한바람(한류)은 거의 허울스럽다고 느낍니다. 슥 흘러가는 노래나 보임꽃(영화·연속극)은 나쁠 일이 없습니다만, 여러 노래나 보임꽃으로는 우리 살림살이나 삶이나 삶터를 드러내지는 않습니다. 아니, 우리 삶빛이나 살림꽃을 엿볼 수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돈을 더 버는 길에 이바지하는 한바람이라면 덧없어요. 덴마크 옛사람은 덴마크라는 나라가 어떻게 거듭나기를 바랐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라요. 이 땅에서 땀흘리다가 스러진 숱한 옛사람 자취를 비롯해서, 오늘 새롭게 땀흘리면서 아이들 곁에서 살림을 짓는 숱한 살림지기 손길을 차곡차곡 담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먼마실로도 배우겠지만, 누구나 이녁 집에서 하루를 짓는 손길과 발걸음으로도 넉넉히 배웁니다. 바깥일로도 돈을 벌 테지만, 누구나 이녁 집에서 살림을 돌보고 집일을 하는 동안 스스로 깨어납니다.


ㅅㄴㄹ


악아, 그림(복사한)으로만 보아왔던 것을 직접 현물로 본다는 것은 예사로운 기분이 아니다. (91쪽)


이번에 스칸디나비아 4국을 돌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특히 이모저모 생각하게 되었고, 우리 땅이 그동안 무심한 손에 의해 얼마나 상처입고 헐벗어 왔는가를, 그 가운데 인심이 얼마나 메마르고 각박해져 왔는가를 생각했다. 우리 집에도 꽃, 나무를 심을 수 있음녀 좋겠다. (120쪽)


가끔 읽고 있는 책의 저자가 그 책을 썼을 때의 나이와 내 나이를 헤아려 보고는 심한 자책과 분발을 다짐하기도 하지만, 온몸에 피곤이 일시에 몰려오고 의욕을 잃기도 한다. (165쪽)


이제 국민들은 부자나 지식인들의 명령에 따르도록 강압 받는 무지한 농민에서 그들 자신의 의견을 가지며 그 의견이 존중되기를 원할 만큼 정신 차린 국민으로 변해가고 있다. (231쪽)


+


《덴마크에서 날아온 엽서》(표재명, 드림디자인, 2021)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기타를 튕기며

→ 한 무리 젊은이가 여섯줄고를 튕기며

→ 젊은이 한 무리가 엿줄고를 튕기며

17쪽


또 다른 보행자 도로인

→ 또 다른 거님길인

→ 또 다른 걷는길인

24쪽


확장 때 만들어진 것으로

→ 넓히며 세웠고

→ 늘릴 적에 마련했고

31쪽


덴마크 문화의 황금시대라고 하는데

→ 덴마크 살림빛에 꽃날이라고 하는데

→ 덴마크 삶꽃에 무지개길이라 하는데

35쪽


키에르케고어의 죽음은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 키에르케고어가 죽자 너울이 일었습니다

→ 키에르케고어가 죽으며 크게 물결쳤습니다

54쪽


젊은 나이에 요절한 것을 하느님의 진노하심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 젊은 나이에 죽었으니 하느님이 발칵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 젊은 나이에 갔으니 하느님이 버럭했다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54쪽


어느 알피니스트의 말을 따라

→ 어느 멧사람 말을 따라

155쪽


이렇듯 이론과 애국적인 행동이 실은 심리적 결함의 표현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음을 생각할 때

→ 이렇듯 말잔치와 나라바라기는 정작 다친 마음을 적잖이 드러낼 뿐이니

→ 이렇듯 목소리와 나라사랑은 막상 흉진 속내를 적잖이 보여줄 뿐이니

174쪽


그것은 자연법칙을 알아내고 그 법칙을 이용해서 자연으로 하여금 그렇게 기능하게 할 수 있을 뿐이지

→ 이는 숲길을 알아내고 살려서 숲흐름을 북돋울 뿐이지

→ 이는 해바람비를 알아내고 살려서 숲을 북돋울 뿐이지

194쪽


물질적인 삶의 풍요와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능화되고 공동空洞화된, 다른 사람과의 연대 관계를 그 내면에 있어서 회복하고자 한다

→ 돈으로 넉넉하고 아늑한 삶을 좇다가, 쓰임새만 남고 텅빈, 이웃과 어깨동무하던 길을 마음부터 되찾고자 한다

→ 배부르고 느긋한 삶을 바라다가, 값만 남고 비어버린, 이웃과 손잡던 삶을 마음부터 되살리고자 한다

24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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