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3.
《유리가면 25》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6.30.
마당에 서서 숨을 고른다. 휘파람이 일어나는 불꽃숨을 휘휘 부는데, 문득 후박나무 옆으로 파란띠제비나비가 날아들어 머리 위를 스친다. 다시 불꽃숨과 휘파람을 부니 범나비가 살랑거리며 찾아온다. 석 벌째 불꽃숨과 휘파람을 내쉬니 네발나비가 가벼이 날면서 머리 위로 맴돈다. 늦은낮에 작은아이랑 시골버스를 탄다. 오늘은 작은아이로서는 첫 “수박짐꾼” 노릇이다. 땀을 빼면서 수박 한 덩이를 지고서 나른다. 나는 아마 여덟아홉 살 무렵부터 수박짐꾼을 했지 싶다. 오늘 작은아이는 무엇을 느껴 보았을까. 수박짐꾼이라는 살림길이 어떠했을까. 나중에 오늘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밤부터 빗줄기가 듣는다. 《유리가면 25》을 돌아본다. 이따금 생각나면 다시 들추곤 한다. 《유리가면》에 나오는 두 아이한테는 타고난 재주도 있다지만, 스스로 온마음을 다하는 땀방울과 사랑이 나란히 있다. 재주만으로는 멋사람으로 서지 않는다. 사랑으로 흘리는 땀방울이 어울리기에 반짝이면서 꽃사람이라는 길을 펼 수 있다. 어느 마당이나 자리에서만 온마음을 쏟을 일이 아니다. 집에서 누구나 하는 작은 부엌일이나 비질이나 설거지도 온마음을 기울일 적에 새롭게 빛난다. 웃고 노래하면서 집안일을 하기에, 나라일과 마을일도 반짝일 만하다.
#ガラスの仮面 #美内 すず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