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꽃 / 숲노래 말넋

사라진 말 1 생각 2024.8.27.



  예전에 《생각 버리기 수업》이라는 책이 나올 즈음에도,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할 때에도, 둘레에서 나더러 이 책 좋으니 읽어 보라고 할 적에도, 언제나 시큰둥했다. 책이름부터 갸우뚱했다. 아니, 책이름부터 터무니없구나 싶다. 일본 스님이 쓴 책이기에 일본에서는 《考えない練習》으로 나왔다. “생각 버리기 수업”으로 옮긴 이름은 아주 틀리지는 않을 테지만, 낱말 한두 곳을 슬쩍 건드리면서 오히려 밑뜻이 망가지거나 바뀐다. “考えない”는 뭘까? 이 한 마디에서 ‘考(かんが)え’는 ‘관념’이라는 한자말로 여겨야 알맞다고 느낀다. 이때에 ‘관념(觀念)’은 ‘주의·주장·추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쪽이 옳거나 저쪽이 틀리다 같은 굴레’로 가지 않도록 해보자”를 “考えない練習”이라는 한 줄로 나타냈다고 여길 만하다. 우리말 ‘생각’은 ‘주의·주장·추상’이나 ‘사고·사상’하고 비슷할 수는 있되 다르다. 우리말 ‘생각’은 “새롭게 짓는 빛”을 나타낸다. 스스로 새롭게 짓는 빛이 있어야 마음이 자라고, 삶을 가꾸면서, 오늘을 누리게 마련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휘둘리거나 휩쓸린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우두머리(지도자)가 시키는 대로 간다. 생각하지 않으니까 우두머리가 시킬 때까지 기다린다. 우두머리는 우리가 생각을 안 하기를 바란다. ‘대통령·정치인’도 우리가 생각없이 휩쓸리거나 따라오기를 바란다. ‘팬덤(팬클럽) = 주의·주장·사고·사상·이즘·이념·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얼거리는 바로 우리 스스로 망가지는 지름길인 터라, 이웃나라 스님은 “관념을 버려 봅시다”라든지 “주의주장을 내려놓아 봅시다”라든지 “사상에 치우치지 않아 봅시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했다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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