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4.8.25. 이웃길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부산이웃님하고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늦은낮부터 느슨하게 달려서 고흥에 닿았습니다. 저는 우리 보금자리에 사흘 만에 돌아와서, 비로소 등허리를 펴고 누워서 느긋하게 한밤을 보내었고, 부산이웃님은 아마 ‘고흥 발포 바닷가’에 깃든 ‘빅토리아호텔’에서 밤빛과 바다빛을 두루 품으면서 하루를 마무르겠지요.
고흥 발포에 깃든 ‘빅토리아호텔’ 하루삯은 그리 안 쌉니다. 얼추 8만 원 언저리입니다.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이만 한 길손집 하루삯이 3∼4만 원이라 여길 만하니 “뭔 시골에서 잠삯이 이리 비싸?” 하면서 놀라거나 도리도리할 만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헤아려 보기를 바라요.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하루삯 30만 원이나 100만 원이라 하더라도, 밤새 시끄럽게 오가는 쇳덩이(자동차) 소리가 넘칩니다. 길손집뿐 아니라 둘레가 너무 환해서 밤에 별 한 톨 못 봅니다.
이와 달리 고흥 발포 바닷가 ‘빅토리아 호텔’은 일찌감치 ‘자잘한 불’은 다 꺼놓기에, 둘레가 그저 새카맣습니다. 광주청소년수련원이라는 쓰레기더미가 가까이에 갑자기 생긴 탓에 그쪽으로는 짜증스러이 시끄럽고 훤하지만, ‘빅토리아 호텔’ 둘레는 그저 고요하고 호젓한 밤바다에 밤하늘인데, 2024년 8월 25일 밤에는 하늘에 구름이 티끌조차도 없기에 미리내(은하수)가 반짝반짝 가로질러요.
우리나라에서 멀리보기(망원경)가 없이 맨눈으로 미리내를 하염없이 올려다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을까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밤에 별이 쏟아진다”고 하는 곳을 거의 다 가 보았습니다만, 전남 고흥만큼 별이 쏟아지는 곳은 없더군요. 강원 양구나 고성에서 가시울(DMZ) 가까운 곳에서 올려다보는 밤하늘이라면 그곳에서도 밤하늘에 별이 많을 듯싶지만, 막상 그렇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나라 가시울(DMZ)은 밤이면 불을 허벌나게 밝힙니다. 이른바 ‘경계근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원 양구 가시울에서 싸움살이(군대생활)를 했지만, 밤에 지킴이로 설 적에는 별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불빛이 너무 환하거든요.
오롯이 밤별과 밤바다를 누리면서, 이 늦여름 끝자락에 풀벌레랑 소쩍새 노래가 어우러지는 밤을 누릴 수 있는 ‘8만 원 하루삯 길손집’은 오히려 값이 눅다고 여길 만합니다. 저는 늘 생각해 봅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밤을 밤빛 그대로 바라보고 품으면서 “밤이란, 이렇게 별이 쏟아지면서 눈물이 샘솟는 꿈길이로구나!” 하고 깨달으시기를 바라요. “낮이란, 이렇게 끝없이 풀벌레랑 멧새가 노래하면서 온마음을 환히 틔우는 일살림이로구나!” 하고 알아차리시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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