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바람으로 전주로 가는 길에 몇 마디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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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 숲노래 책읽기

2024.8.22. 너랑 내가



  아이랑 무엇이든 하면 다 즐거울까? 사랑이라는 마음일 적에는 서로 빛나는 길을 갈 테니 늘 즐거울 테지. 사랑없는 마음이면, 뭘 하거나 먹어도 속으로 얹히며 괴로울 테지.


  따사로이 웃는 마음으로 마주하려니, 아이가 웃고 어버이도 웃는다. 메마르고 매캐하니 서로 찡그리며 아무 말이 없다.


  아이들 옷가지를 열일곱 해째 손빨래를 한다. 곁님 옷가지는 열여덟 해째 손빨래를 한다. 내 옷가지는 서른 해째 손빨래를 한다. 앞으로도 손빨래를 할 테고, 앞으로도 걸어다닌다. 앞으로도 하늘과 바람과 비를 읽을 테고, 물결과 샘물과 빗물을 맞아들이려고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말을 몹시 더듬었고, 더듬더듬 말소리를 내다 보니, 말결을 늘 자꾸 더 다시 새로 보고 느꼈다. 손빨래를 하고, 걸어다니고, 물맛을 살피고, 들풀과 나무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우리 낱말책은 앎(지식)이 아니라 살림을 담을 노릇이요, 사랑으로 쓸일이다. 문학도 예술도 비평도 창작도 정치도 경제도 교육도 다 매한가지이다. 푸르게 빛나는 사랑이어야 아름답다.


  아니, 푸르게 빛나니 고스란히 사랑이다. 나는 사랑을 읽으려고 책을 쥔다. 나는 사랑을 나누려고 글을 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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