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21.
숨은책 967
《A학점 리포오트 작성법》
대학신서 편집회의 엮음
새론기획
1980.9.1.
여덟 살부터 들어간다고 여기는 ‘학교’인데, 여덟 살에 비로소 한글을 배우는 어린이는 ‘학교’가 뭔 소리인지 모릅니다. 요새야 워낙 일찍부터 아기한테 한글을 가르치고 어린이집에서 글쓰기까지 시키기에 ‘학교’를 모르지는 않지만, 제대로 알지도 않습니다. 이제 바꾸기는 했지만 ‘국민학교’부터 일본말이고, ‘중학교·고등학교’도 그냥 일본말입니다. 아이들한테 입히는 배움옷(교복)조차 일본옷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이제는 바꾸었으나 1990년에 이르기까지 배움책(교과서)마저 일본 배움책을 흉내내거나 훔쳤습니다. 1945년 8월부터 싹 갈아엎었다면 오늘 우리는 차근차근 서로 헤아리고 스스로 살찌우는 배움길을 폈으리라 느껴요. 그러나 아직 안 늦었어요. 즐겁게 배울 ‘배움터’로 바꾸면서, 여태 옭아맨 줄세우기(점수 경쟁)를 멈춰야지 싶습니다. 《A학점 리포오트 작성법》은 1980년에 나옵니다. 척 보아도 일본책을 베낀 티가 흐르는데, 줄거리는 ‘대학교에서 어떻게 스스로 배우고 추스르면서 어른으로 서느냐’입니다. 줄거리는 안 나쁩니다. 얼거리도 퍽 볼 만합니다. 그런데 책이름은 “A학점 리포오트”예요. 이렇게 이름을 붙여야 책이 팔린다고 여길 테고, 1980년뿐 아니라 2020년에도 똑같고, 앞으로 2060년에도 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60년이 아닌 2040년에는 부디 “즐겁게 배우고 알차게 쓰기”를 들려주는 꾸러미가 태어나기를 바라요. ㄱㄴㄷ(ABC)에 목을 매지 않기를, 살림·사랑·숲을 바라보는 맑고 밝은 푸른배움빛으로 설 수 있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