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3.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글, 마음산책, 2011.10.5.



하루를 쉬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걷어내고서 수박을 장만하러 두바퀴를 달린다. 천천히 달리면서 저녁빛을 헤아린다. 수박을 집에 내려놓으니 땀범벅. 예전에는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서 수박을 짊어졌다면, 이제는 혼마실을 하면서 짊어지기에 한결 가볍다. 풀벌레노래가 그윽하다. 《뭐라도 되겠지》를 읽고서 갸웃했다. 요새는 이런 글을 쓰고 책을 내야 팔리려나? 이처럼 글을 꾸미고 그림도 꾸며야 널리 읽히면서 돈이 되려나? ‘꾸미다’하고 비슷하지만 다른 ‘꾸리다’라는 낱말이 있다. ‘꾸미다 = 꾸 + 미’인 얼개이다. ‘미 = 밀다·믿음’으로 뻗으니, 가꾸는 시늉으로 밀어붙이는 몸짓이 ‘꾸미다’이다. 이와 달리 ‘꾸리다 = 꾸 + 리’인 얼개이다. ‘실꾸리’라는 낱말처럼 ‘리 = 살리다’로 나아가는 몸짓이다. 글도 그림도 삶도 하루도 ‘꾸릴’ 줄 아는 매무새일 적에 빛난다. ‘꾸미’는 몸짓이라면 빈수레이다. 비(빗물)처럼 빛낼 적에 글이라고 여길 만하다. 비(빗자루)처럼 정갈히 쓸어내기에 글이라고 할 만하다. 빗(머리빗)처럼 곱고 가지런히 다듬기에 글로 읽을 만하다. 아무렇게나 하면 뭐가 될까? 꾸미기만 하면 무슨 글일까? 살림을 꾸리면서 마음을 일굴 때라야 비로소 붓이 빛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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