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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백화점 - 세상에 없는 것만 팝니다 ㅣ 동시만세
권영상 지음, 효뚠(이효경) 그림 / 국민서관 / 2024년 4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8.13.
노래책시렁 440
《동시 백화점》
권영상 글
효뚠 그림
국민서관
2024.4.11.
일본말 ‘동시(童詩)’인데, 얼핏 보자면 ‘어린노래’입니다. 그러나 어린이는 그냥 노래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늘 “놀면서 노래”합니다. “노래하며 놀”아요. 옆나라에서는 한자로 ‘童詩’ 같은 낱말을 새로 엮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온누리 아이들을 살피면서 ‘놀이노래’처럼 새말을 여밀 만합니다. 《동시 백화점》은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엄마아빠 손을 붙잡고서 이것저것 돈으로 사서 쓰는 나날을 그대로 옮겼구나 싶습니다. 아무리 서울이라 하더라도 텃밭을 일구는 사람이 있고, 큰고장 어느 곳이나 골목마을이 있게 마련이라, 마당 한켠에 나무를 심고 손바닥밭을 가꿉니다. 비록 오늘날 숱한 어린이가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태어나더라도 ‘백화점’이나 ‘마트’가 아닌, ‘집살림’을 돌아보게 마련입니다. 더구나 작은고장이나 시골은 백화점이 아예 없는데, 《동시 백화점》은 어떤 어린이한테 어떤 삶을 보여주려는 셈일까요? 이 꾸러미에는 “일하는 어른”도 “살림하는 어른”도 안 보입니다. “일하는 어른 곁에서 일손을 거드는 어린이”도 없고 “살림하는 어른 곁에서 사랑을 물려받는 어린이”도 안 보여요.
ㅅㄴㄹ
우선 웃음 메뉴를 볼까요. / 2초 분량의 가벼운 미소가 있죠. / 꽃잎이 피어나듯 펑펑 터트리는 폭소가 있고 / 그믐달처럼 차가운 냉소가 있네요. / 단체로 사용하시기 딱 좋은 / 파안대소나 박장대소, 어떠신가요? / 어른들이 주로 찾는 / 고급 너털웃음도 준비되어 있고요. / 짤막한 코웃음은 /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지요. / 마지못해 웃어야 하는 참 딱한 분을 위해 / 헛웃음도 준비했습니다. // 구매하시면 곧장 배달해 드려요. (웃음 가게/18쪽)
걱정 주머니를 움켜쥐고 벚나무 길로 나오세요. / 그리고 꽃길을 달려 보세요. // 머릿속 걱정과 근심, / 벚나무가 하늘하늘 꽃잎을 날리듯 / 멋지게 날려 드립니다. (걱정을 날려요/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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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백화점》(권영상, 국민서관, 2024)
오늘 개업했습니다
→ 오늘 차렸습니다
→ 오늘 열었습니다
4쪽
여러분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이곳에 오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5쪽
펑펑 터트리는 폭소가 있고
→ 펑펑 터뜨리는 웃음이 있고
18쪽
단체로 사용하시기 딱 좋은 파안대소나 박장대소, 어떠신가요
→ 함께 쓸 만한 까르르나 손뼉웃음, 어떠신가요
→ 함께 쓸 수 있는 하하하나 함박웃음, 어떠신가요
18쪽
아주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지요
→ 아주 싸게 내놓았지요
18쪽
가볍게 날려 버릴 겁니다
→ 가볍게 날립니다
24쪽
거품벌레 가족의 이름을 걸고 생산한 순 천연 거품이지요
→ 거품벌레 집안 이름을 걸고 내놓은 깨끗한 거품이지요
48쪽
달콤한 기억은 오래 남을 겁니다
→ 달콤한 하루는 오래 남습니다
→ 달콤한 날은 오래 남습니다
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