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8.12.

숨은책 963


《윤석열정부, 민생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

 국무조정실·문화체육관광부 엮음

 대한민국정부

 2024.5.



  시골에서 살며 시골버스를 타는 벼슬꾼(군수·군의원·국회의원·도지사·교육감)을 본 적이 아예 없습니다. 벼슬꾼은 늘 곁사람(비서)을 두고서 다닐 뿐입니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살던 무렵에도 시내버스를 타는 벼슬꾼은 만나거나 스친 일이 없습니다. 걸어다니는 벼슬꾼도 볼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벼슬꾼은 으레 ‘국민’이나 ‘민생’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들먹입니다. 《윤석열정부, 민생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라고 하는 75쪽짜리 작은책이 시골 나래터(우체국) 한켠에 놓입니다. 글월을 다 부치고서 숨을 돌리다가 집어듭니다.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라고 하는데, 온통 값(숫자)으로 채울 뿐입니다. 돈을 이만큼 썼다고 하거나, 돈을 이만큼 벌었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나라일(개혁·경제·사회·미래·외교안보)을 값으로만 따져도 될는지 아리송합니다. 아무래도 ‘그분들’은 안 걸어다니고 버스를 안 타고, 두바퀴를 두다리로 천천히 몰지 않을 테니까, 먹고살기(생계)하고 사람살이(민생)를 어떻게 꾸리고 돌보며 어깨동무할 적에 빛나고 즐거울는지 알 길이 없을 만합니다. 벼슬꾼한테는 ‘운전기사 딸린 고급자가용’이 아닌 ‘짐자전거’하고 ‘가벼운 신’ 한 켤레를 줄 노릇입니다. 나라를 바꾸려면 걸어야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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