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아침안개 2024.7.1.달.
얼굴에 톡톡 닿는 비가 있고, 가볍게 흩날리는 비가 있어. 눈으로도 알아볼 만큼 빗줄기를 그을 때가 있고, 뿌옇게 퍼져서 통째로 덮는 안개일 때가 있어. 물방울은 가벼이 날아. 스스로 날고 싶기에 바람한테 얹혀서 다녀. 바람 등줄기에 앉고서 온누리를 누벼. 바람속으로 녹아들어서 슬렁슬렁 온곳으로 스며. 굵게 맺는 방울로 살갗으로 톡 떨어져서 슬그머니 몸으로 들어왔다가 나가곤 해. 때로는 살갗만 통통 건드리면서 깔깔거리면서 놀아. 더 스미고 싶은 물방울은 땅밑으로 하염없이 파고들어. 뭉쳐서 놀고 싶은 물방울은 어느 깊이에서 너른 물밭을 이루어 찰랑거려. 땅밑에서 실컷 놀았다고 느끼는 물방울은 쭉쭉 위로 솟아서 샘으로 터져나와. 자, 그러면 아침안개를 이루는 물방울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놀이를 하는지 헤아려 보겠니? 안개한테 폭 안겨 봐. 안개한테 둘러싸여서 걸어 봐. 언제 어떻게 퍼지고서, 언제 어떻게 걷히는지 지켜보렴. 안개는 빗줄기로 바뀔 수 있고, 해가 쨍쨍 내리쬐어도 고스란할 수 있고, 햇빛줄기가 간지럽힌다고 여겨서 와하하 웃으며 흩어질 수 있어. 물방울은 ‘싫음’이나 ‘좋음’을 아예 안 따진단다. 언제 어디에서나 늘 새롭게 마주하는 길인 줄 느끼면서, “오오오! 오늘은 어떤 놀이일까?” 하고 맞이한단다. 그래서 물방울은 얼마든지 날고, 얼마든지 가라앉고, 얼마든지 솟고, 얼마든지 흐르고, 얼마든지 뭉치고, 얼마든지 재잘거려. 너희 몸을 이루는 ‘알갱이’는 바로 ‘안개’처럼 끝없이 작은 물방울이면서 빛방울이야. 방울짓는 숨결이기에 밝으면서 가볍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