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8.6.
오늘말. 섬돌
섬돌은 한 칸씩 올라야 하는 줄 알았지만, 언니들은 으레 둘이나 셋을 껑충 뛰거나 오릅니다. 어릴 적에 언니들을 따라하다가 으레 무릎을 찧을 뿐 아니라 꽈당 넘어지거나 자빠지면서 크게 다치기 일쑤였습니다. 다락을 오르다가도 우탕탕 굴러떨어집니다. 살짝 잘못 디뎌도 미끄러집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할 적에 디딤돌을 숱하게 오르내렸어요. 한겨울에도 땀을 잔뜩 쏟습니다. 굳이 디딤칸으로 열다섯칸(15층)까지 뛰면서 돌렸는데, 동이 틀 즈음 부드럽게 밝아오는 하늘빛이 대단했어요. 이른새벽마다 첫햇살을 바라보며 ‘삶이란 이런 멋을 맛보는 길’이겠거니 여겼습니다. 아직 모르는 일이 많지만, 엉뚱하거나 뜬금없이 고꾸라지기 일쑤이지만, 잘 하는 일이 안 보이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려는 꿈을 키웠어요. 마음 가득하게 사랑을 품자고 생각하면서, 어거지로 착한일을 하기보다는 늘 스스로 푸근하면서 곱살하게 살림을 여미자고 생각했습니다. 한 판에 이루는 꿈이기보다는, 첫자리부터 이루는 길이기보다는, 찬눈에 찬빛으로 참하게 손길을 다스리자고 생각했어요. 차곡차곡 길꽃을 모으니 오늘입니다. 오늘은 모레로 새로 뻗습니다.
ㅅㄴㄹ
섬·섬돌·돌·길·길눈·길꽃·다락·판·자리·디디다·디딤·딛다·디딤널·디딤판·디딤돌·디딤길·디딤칸·발판·칸·켜 ← 계단(階段), 계단식
고맙다·곱다·곱살하다·곱상하다·오감하다·따사롭다·다솜·따스하다·따사하다·포근하다·푸근하다·착하다·착한일·달달하다·달콤하다·멋·멋나다·멋스럽다·멋길·멋꽃·멋빛·멋있다·멋지다·멋잡다·밝다·보드랍다·부드럽다·사근사근·사랑·사랑스럽다·상냥하다·잘·즐겁다·좋다·좋은뜻·참하다·찬눈·찬꽃·찬빛·갑작스럽다·난데없다·뜻밖·뜬금없다·엉뚱하다·모르다 ← 선의(善意), 선의의(善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