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8.6.
오늘말. 옹이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생채기가 나면 가만히 지켜봅니다. 찢어지거나 부러지면 아프지만, 이렇게 아프기에 곧 나을 테며, 낫는 길이란 새몸으로 나아가는 살림이라고 여깁니다. 누가 할퀴기에 다칠 수 있고, 속앓이를 하면서 피고름이 나기도 합니다. 누가 후비니까 흉이 질 수 있고, 멍울에 앙금이 생길 뿐 아니라, 옹이까지 박힙니다. 그러나 피눈물은 곧 그쳐요. 쑤시거나 쓰라리던 곳은 아물게 마련입니다. 멍든 곳만 바라보노라면 굴레에 갇히지만, 부은 곳을 살살 토닥이거나 달래면서 파란하늘을 품을 적에는 높다란 곳부터 나즈막한 곳까지 두루 부는 바람이 싱그러이 씻어요. 흉터를 굳이 뜯지 않습니다. 응어리를 애써 비우지 않습니다. 그저 틈을 열어 놓습니다. 몸도 마음도 빈곳으로 햇볕이 스미기를 기다리면서 살펴봅니다. 그저 텅텅 빈자리일 수 있고, 앞으로 씨앗이 새로 깃들어 자랄 빈꽃일 수 있습니다. 구멍난 자리라서 곪을 수 있지만, 이 구녁으로 개미 한 마리가 씨앗을 물어다 나르곤 하더군요. 하늘길을 가르면서 집을 짓는 거미를 바라봅니다. 줄이 끊기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이내 새롭게 집을 짓는 거미란, 놀라운 길잡이요 스승입니다.
ㅅㄴㄹ
생채기·다치다·아프다·아픈데·아픈곳·흉·흉터·자국·멍·멍울·앙금·옹이·응어리·고름·곪다·곯다·부스럼·붓다·빨갛다·뾰루지·피고름·피눈물·피멍·피나다·할퀴다·후비다·속앓이·가슴앓이·마음멍·마음고름·마음앓이·슬프다·울다·쑤시다·쓰라리다 ← 환부(患部)
하늘·하늘길·파란하늘·파랗다·바람·높다·높다랗다 ← 천공(天空)
구멍·구녁·뚫다·뜯기다·뜯어지다·터지다·튿기다·튿어지다·비다·빈·빔·빈자리·빈곳·빈데·빈꽃·빈눈·빈구멍·빈구석·틈·틈바구니·틈새 ← 천공(穿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